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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내달부터 ℓ당 4원 인상
소비자가 ℓ당 50~70원 오르면
유가공 제품 도미노 인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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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이어 식품물가까지 들썩
가계 소비여력 더욱 위축될 듯
낙농ㆍ우유업계가 다음달부터 원유 수매가격을 1ℓ 당 4원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중 판매 우유 가격이 최소 5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가공유와 발효유,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식품업계 전반에서 ‘도미노 인상’이 우려된다. 여기에 무더위에 출하량이 감소한 과일ㆍ채소는 물론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기름값까지 치솟고 있어 여름철 생활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낙농업계에 따르면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는 지난 20일 열린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에서 ℓ 당 원유 수매가격을 지난해보다 4원 오른 926원으로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합의문이 24일 낙농진흥회에 보고된 후 최종 확정되고, 인상 가격은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낙농진흥회가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사들이는 가격인 원유 수매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2013년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결정된다.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 우유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낙농협회, 유가공협회 등 업계의 협상 가격을 반영해 결정된다.
원유 수매가격은 2012년 1ℓ 당 834원에서 제도 시행 후 940원으로 인상됐고, 2014~2015년에는 동결됐다. 2016년에는 922원으로 18원 내렸고, 지난해에도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올해 원유 수매가격이 오르면 제도 시행 후 처음 인상되는 셈이다. 올해는 업계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유통비 인상을 수매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수매가격이 오르면 완제품인 우유의 소비자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원유 수매가격이 ℓ 당 4원 오르면 우유의 최종 소비가 가격은 ℓ 당 50~70원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유 가격 상승으로 치즈, 버터,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각종 유제품과 가공식품의 ‘도미노’ 인상도 불가피하다. 5년 전 원유 수매가격이 ℓ 당 106원 인상됐을 때는 흰 우유가 ℓ 당 220원 가량 올랐고, 카페업계도 커피 가격을 잇달아 인상한 바 있다.
폭염 등으로 인해 채소ㆍ과일과 축산물 가격도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우유값까지 인상되면서 여름 소비자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비자가격은 4,475원으로 일주일 사이에 25.5%나 뛰었다. 애호박도 28.1% 올랐고 오이 7.9%, 양배추 12.5% 올랐다.
축산물도 크게 올라 소고기 등심 1등급(100g) 소비자가격은 1주일 새 6,975원에서 8,207원으로 17.7%, 돼지고기 삼겹살(100g)은 2,554원에서 2,663원으로 4.3% 올랐다. 닭고기(육계 1㎏) 도매가격도 한 달 전에 비해 45.5% 뛰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대 상승률을 유지해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상승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휘발유(9.9%) 경유(12.3%) 등 석유류가 1년 전보다 10.0% 급등하며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으로 공공요금, 교통비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식품 물가까지 들썩일 경우 가계 소비 여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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