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장우진-차효심 혼합복식 우승
27년만에 ‘지바의 감동’ 재현
“11월 스웨덴오픈에서도 단일팀
2020년 세계선수권·올림픽 목표
경기력 향상 위해 지속적 교류”
녹색 테이블에서 힘을 합친 남북 탁구가 ‘잠시만 안녕’을 고했다. 예전처럼 기약 없는 이별이 아니라 짧게는 올해 말, 길게는 2020년까지 지속적인 만남을 약속했다.
올해 5월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주도했던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은 22일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가 막을 내린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회에서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이 이뤄졌다”며 “2020년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단일팀은 안방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 이후 27년 만에 감동을 재현했다. 혼합복식에서 콤비를 이룬 장우진(23ㆍ미래에셋대우)-차효심(24ㆍ북) 조는 21일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순잉샤 조를 3-1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대회 시작 전 갑작스럽게 단일팀이 구성돼 훈련 시간이 부족했지만 ‘남남북녀’는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함께 만리장성을 넘어섰다. 장우진-차효심 조 외에도 남자복식에서 이상수-박신혁(북) 조가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은 “차효심-장우진의 금메달은 5일간 남북 단일팀의 하나 됨과 경기장에 메아리 친 뜨거운 응원이 만들어낸 기적”이라며 “우리가 갈라질 수 없는 한 핏줄임을 뜨겁게 느끼게 됐다”고 감동을 전했다. 박도천 아시아탁구연맹 경기위원장도 “남북 단일팀이 가진 엄청난 시너지 효과와 안방 팬들의 응원이라는 홈 그라운드 이점을 잘 보여준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5월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결성한 단일팀은 올해 하반기 ITTF 투어 대회에서도 계속 볼 수 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혼합복식 경기가 끝난 뒤 남측과 북측, ITTF가 삼자회의를 진행했다”면서 “이번 대회가 한번의 쇼로 끝나면 안 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좋은 경기력을 갖춰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스웨덴오픈엔 남녀 복식에서 각 2개조가 단일팀을 구성하고, 일주일 후 펼쳐지는 오스트리아오픈에선 이번 코리아오픈과 동일하게 남녀 복식 각 1개조와 혼합복식 2개조가 단일팀으로 출전한다. 또 12월 오픈대회를 총 결산하는 그랜드파이널스에서도 단일팀이 참가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
국내에서 열리는 그랜드파이널스 복식은 4개 오픈대회, 혼합복식은 2개 오픈대회를 출전해야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ITTF는 코리아오픈에 복식 단일팀으로 나섰던 여자 서효원-김송이(북) 조와 남자 이상수-박신혁 조,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장우진-차효심 조가 그랜드파이널스 참가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남은 오픈대회 출전을 지원하기로 했다.
혼합복식에 이어 22일 남자복식, 남자단식까지 휩쓸며 대회 최초로 3관왕에 오른 장우진은 “(차)효심 누나와 다시 할 수 있다면 준비를 잘하겠다”며 “이미 우승을 했기 때문에 다음 목표도 우승”이라고 자신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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