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 美 설득’ 요구 의도
북한이 집단 탈북 식당 여종업원의 송환 문제를 다음달 예정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연계시켜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측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쓸데없는 훈시질’을 한다며 맹비난한 데 이어 22일까지 사흘 연속 대남 비판을 쏟아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여성공민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물론 북남관계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우리 정부에 2016년 4월 집단 탈북한 식당 여종업원의 송환을 촉구하며 이 같은 결단이 4ㆍ27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인도주의 문제 해결, 의지 아닌 위선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여종업원 송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거듭 압박했다.
노동신문은 다음날인 22일에도 남측이 민생파탄 수준의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며 남한 경제를 조롱하고 나섰다. 신문은 “남조선 경제위기로 수많은 기업체가 문을 닫거나 합병되는 통에 노동자들이 무리로 해고되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날로 가증되는 (한국) 근로대중의 생활난이 각계층 인민들을 ‘반정부 투쟁’으로 떠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20일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한 문 대통령을 향해 “주제 넘는 예상”, “무례 무도한 궤설”이라고 원색 비난한 것까지 포함해 사흘 연달아 대남 비판을 한 것이다.
일단은 북측 요구가 실제 이산가족 상봉행사 무산이나 전면적인 대남 태도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 남북화해 국면에도 지속되고 있는 대북제재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함으로써 우리 정부에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사회 내부 통제를 위해 남한을 깎아 내린 측면도 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 소강 상태에서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중재를 주문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며 “남북 교류협력뿐 아니라 대북제재 완화에 있어 한국의 기여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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