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들은 가입자에게 회비(선수금)를 받아 그 돈으로 가입자나 가입자 가족의 사망 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A상조업체는 이렇게 받은 회비 15억원을 현 대표이사에게 빌려주며 담보설정 등 별도의 채권보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전직 대표이사에겐 18억원을 빌려주고, 이를 대손충당금(회수가 불가능한 돈을 미리 손실로 반영)으로 처리해 버렸다. 이 같은 과정 모두에 현 대표이사가 개입돼 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B상조업체 대표이사는 2016~2017년 회원관리시스템을 독자 개발한다며 자신이 대표직을 맡고 있는 전산개발업체에 회삿돈 48억원을 투자했다. B업체는 또 감사보고서엔 ‘단기대여금 2억원 감소’라고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현금이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가 22일 이처럼 장례 서비스 가입자들이 매달 납부한 회비를 제 돈 쓰듯 마음대로 유용한 의혹(업무상 배임ㆍ횡령)을 받고 있는 상조업체 2곳의 대표이사 2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실 상조업체 대표들이 가입자 회비를 빼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가입자 회비로 168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구입한 후 이를 자신이 설립한 의료법인에 무상으로 증여한 상조업체 대표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2016년에는 다른 상조업체 대표가 채권보전조치 없이 선수금 15억원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빌려줬다 적발돼 징역 3년형에 처해졌다.
공정위는 내년 상조업체의 자본금 요건 강화를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더욱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16년 1월 상조업체 난립을 막기 위해 자본금 요건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강화했다. 내년 1월까지 자본금 15억원을 맞추지 못한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낸 상조업체 131곳 중 자본금 15억원을 충족한 곳은 24개에 불과했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일부 업체들이 선수금을 부정하게 사용할 유인이 높다”며 “가입 상조업체가 연락을 안 받거나 계약해지 신청을 거부할 경우 바로 공정위에 신고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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