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을 끌어왔던 ‘KTX 해고 승무원’ 사태와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지난 주말 해결점을 찾았다.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삼성전자 등 사측의 대승적 결단이 주요했던 것으로, 향후 비정규직이나 직업병 문제 등에서 새로운 문제 해결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진다. 또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법질서와 노동자의 인권이 제자리를 찾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코레일은 21일 KTX 해고승무원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분쟁이 시작된 지 12년2개월, 총 4,526일이라는 시간을 끌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이라 의미가 적지 않다. 이날 전국철도노동조합과 KTX열차승무지부는 ‘철도 노사 교섭보고 및 천막농성 해단식’을 열고 기나긴 투쟁을 접었다. 정리해고 승무원 280여명 중 복직 대상은 180명이다.
KTX 승무원들은 2006년 3월부터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코레일은 자회사 KTX관광레저(현 코레일관광개발)로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들을 정리해고 했다. 해고 KTX 승무원들은 민사소송에서 1ㆍ2심은 승소했으나, 2015년 대법원은 석연치 않게 청구를 기각했다. 승무원들은 이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비관에 빠졌다가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반전됐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도 삼성전자와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조정위원회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이에 따라 2007년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 이후 10년 이상 이어져온 분쟁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최종 중재안은 2개월 뒤에 나온다. 삼성전자의 중재안 전격 수용은 2월 초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해묵은 난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1,000일 이상 농성을 벌여온 반올림 측도 중재안을 수용키로 했다.
사실 이들 두 사안에 있어서 노동자의 권익과 귀중한 생명에 정부와 우리 사회가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면 해결시기를 앞당겼을지 모른다. 시간을 오래 끌어 노동자들의 마음 고생과 상처가 커졌다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뒤늦게라도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고 보상할 방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쌍용차 해고사태 등 우리 사회에 이 같은 법과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널려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촘촘히 챙기는 것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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