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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대위원장의 권력의지

입력
2018.07.22 18:44
수정
2018.07.23 00: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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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마련된 마린온 헬기 사고 순직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마련된 마린온 헬기 사고 순직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인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실용주의자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지명을 받았던 경력 때문에 양 진영에서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지만 이념 지평에서는 대체로 중도 실용주의를 걸었다. “잘못된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가 죽어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는 취임 일성에서도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참여정부의 뒤를 따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공격할 적임자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감지된다.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결국엔 자신들을 향해 인적 청산의 칼을 들이댈 것이라는 게 친박계의 걱정이다. 복당파 지도부는 실제 김 위원장에게 혁명 수준의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공천권과 관련해서는 어떤 권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은 갖고 있다”는 그의 발언에서도 인적 청산의 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 핵심인 사무총장과 비서실장에 복당파를 등용하면서 친박계의 불안감은 점증하는 분위기다.

▦근본적인 불안감은 김 위원장의 정치적 야망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차기 전당대회는 말이 안 된다. 총선 출마도 안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의심의 시선은 친박과 비박의 구별이 없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를 한 번 하고 싶어했다”는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증언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복당파 핵심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비대위에 들어가 있는 이상 무리한 행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도리를 했다. 하지만 친박계 한 중진은 “초재선 중에는 김병준 라인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대위원장이라고 권력의지를 갖지 않을 이유는 없다. 도리어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하는 ‘전권 비대위원장’이라면 영입 인사 위주로 계파를 만들어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수도 있다. 19대와 20대 총선 직전에 각기 등장했던 박근혜 비대위와 김종인 비대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는 공천권 행사는 물론 활동기간조차 불투명하다. 더구나 총선까지는 1년9개월 이상 남아 ‘김병준 키즈’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권을 가진 비대위원장도 권력창출이 쉽지 않은 마당에 ‘관리형 위원장’이라면 언감생심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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