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인피니트의 신비주의 멤버 ‘엘’을 상상했건만, 인터뷰 현장을 환하게 밝히며 등장한 이는 상상을 뒤집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배우 김명수’였다.
자신을 향한 막연한 상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김명수는 유쾌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이끌며 자신의 매력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2010년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후 간간히 연기 활동을 병행해오던 김명수는 2012년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돌’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이후 ‘엄마가 뭐길래’ ‘주군의 태양’ ‘군주’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김명수는 최근 종영한 JTBC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인생작 경신’에 성공했다. 시청자들의 호평 역시 이어졌다.
처음부터 김명수에게 호평이 전해졌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발성이나 딕션, 감정 연기 등에 대한 논란도 있었던 그이지만 김명수는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논란을 호평으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캐릭터를 위한 김명수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첫 미팅 당시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곤 ‘현실의 임바른’ 같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 이야기에 힘을 얻어서 꾸준히 연습을 했었죠. 법원이 배경이다보니 직접 법원을 찾아가서 분위기를 접하고 실제로 어떻게 일을 하시는지 보고, 형사 재판을 참관하기도 했었죠. 5개월을 촬영했지만, 촬영 시작 전 약 2달을 작품 준비에 쏟았었죠.”
앞선 출연작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경험이 있지만, 김명수는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서 극의 중심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 캐릭터를 경험했다. 이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았지만, 김명수의 원천은 ‘자신감’이었다.
“원작에서도, 작품 대본에서도 임바른의 시선이 작품의 중심이었어요. 그만큼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바른이의 시점으로 사건들을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첫 주연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막상 작품을 받았을 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맡은 바 충실하려고 했었죠. 심지어 제가 이번 작품에서 막내였는데, 워낙 베테랑이신 선배님들이 나오시니 저만 제 맡은 바에 충실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인생작 경신’ ‘인생 캐릭터 탄생’이라는 호평 속에 작품을 마친 김명수는 이 같은 주변 반응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사전 제작 작품이다 보니 ‘미스 함무라비’가 방송될 때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다 더 객관적으로 제 연기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제 눈에는 단점이 더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시청자 분들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던 것이 너무 감사했죠. 인생 캐릭터라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꼽을 만큼 캐릭터 소화를 잘했다는 평가잖아요. 사실 저는 가수를 겸업으로 하고 잇는 만큼 가수와 배우 활동 시기가 겹쳤던 적이 많아요. 이번 작품도 1월 말에 인피니트 활동을 하면서 작품을 준비해야 했었죠. 또 활동 종료 바로 다음 날 촬영을 시작했었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활동을 마무리 짓고 촬영을 하면서 드라마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어 촬영을 잘 해낼 수 있었죠. 과거에는 스케줄 자체가 병행된 적이 많아서 제가 표한 할 수 있는 게 있어도 체력적, 정신적 문제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조금 나았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말은 ‘김명수=임바른’이라는 댓글이었어요. 앞으로 계속 지금처럼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으면 좋겠어요.”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면서 스스로가 느꼈던 한계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김명수에게 자연스럽게 ‘조급함’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전혀 다른 포지션의 두 활동을 완벽하게 해내기란 쉽지 않은 만큼 조급할 법도 했지만 김명수의 대답을 생각보다 훨씬 진중하고 어른스러웠다.
“힘든 적도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속도가) 더디진 않았어요. 두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그만큼 표현을 못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저를 돌아봤을 때 아쉬움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나이 때 매 순간 최선을 다했었거든요. 그 때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을 해 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해 나갈 것 같아요.”
올 하반기 김명수는 솔로 앨범 발매와 차기작 출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기와 가수 활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김명수의 목표의 원천에는 팬들이 있었다.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가수로서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연기자로서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을 모두 위해서 활동을 해 나가는 것 같아요. ‘복면가왕’에 나갔던 것도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였고, 작품을 꾸준히 하는 이유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거든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 분들은 제게 노력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얘는 키우는 맛이 있다’ ‘랜선 맘이 되는 맛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 면에서 오는 성취감도 있고, 나름의 카타르시스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 스스로 연기도 좋고, 노래에 대한 욕심도 있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 나갈 것도 많다는 김명수는 앞으로 달려나갈 힘을 비축하기 위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9년 만의 첫 휴식을 앞두고 김명수는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해 미소를 자아냈다.
“요즘 제 삶의 주제가 ‘힐링’이에요. 올해로 데뷔 9년 차인데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거든요. 정신적으로 늘 다음을 계획하고 플랜을 짜다 보니까 제대로 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제 스스로에게 기름칠을 해 줄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서 아직 안 가본 국내 지역을 가보려고요. 그야말로 ‘노력형 힐링’이죠.(웃음)”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껴지는 김명수의 긍정적인 기운과 그 속에서 묻어나는 단단한 내면은 주변 사람들을 환하게 밝히며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어냈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제 스스로 자기 객관화가 잘 돼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 스스로 제가 부족한 걸 아니까요.(웃음) 인피니트의 인기가 제 인기가 아니듯이 제 스스로 객관화가 되어 있으면 발전 가능성이 계속 생겨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죠.”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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