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족들 중립성 훼손 우려
조사위서 제작업체 배제 요구
# 기어박스 등 원인 추측 제각각
“결과 내는데 오랜 시간 걸릴 것”
17일 추락 사고로 5명의 사망자를 낸 해병대 마린온 2호기가 지난달 말부터 심한 진동이 감지돼 집중 정비를 받아온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군 당국은 현재 구성된 사고 조사위원회에 외국 항공 전문가 등을 추가해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병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고 헬기는) 지난달 29일부터 진동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져 사고 직전까지 집중 정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달 1일부터 5일간 정기 점검을 진행했으나 진동 제어가 안 돼, 5~13일과 사고 당일인 17일 추가 정비와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진동과 사고와의 연관관계는 물론, 이상 진동을 일으킨 요인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병대에 따르면 마린온 2호기는 사고 직전 추가 정비를 받은 뒤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 시험 비행은 지상에서의 시동 점검ㆍ하버링(Hoveringㆍ제자리 비행)ㆍ공중 비행 등 크게 3단계로 구분되는데, 해당 헬기는 하버링 단계에서 이상이 없어 관제사로부터 이륙 승인을 받은 뒤 공중 비행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해병대 관계자는 “17일 오후 4시 35분 15초에 하버링을 시작해 1분 뒤 3.3m 지점까지 올라갔고, 그로부터 5분 뒤 이륙 허가를 받고 23초 뒤 추락했다”며 “이륙 허가를 받고도 10초가량 하버링을 지속하다 이륙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8일 국방부가 공개한 사고 영상에서 비행기는 이륙 4~5초 후 추락했다.
조사위는 현재 군 관계자로 구성돼 있으나 유가족 협의를 거쳐 민간 전문가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마린온 원형인 ‘슈퍼 퓨마’ 사고(2016년 4월 발생) 조사위원, 감사원ㆍ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가족은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헬기 시험 평가에 관여한 국방기술품질원과 제작업체 카이를 조사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군은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공개된 영상을 토대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추락 직전 메인 프로펠러가 기체에서 분리된 만큼 엔진 동력을 날개로 전달하는 기어박스에 문제가 생겼거나, 날개가 돌아가며 발생하는 진동을 잡는 진동저감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4개 날개 중 하나가 먼저 떨어진 것처럼 보여 이 부분 접촉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프로버블 커즈(Probable Causeㆍ상당한 근거)를 나열하는 건 비교적 어렵지 않겠으나 루트 커즈(Root Causeㆍ근본 원인)을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헬기 추락 사고 유가족은 이날 포항 남구 오천읍 해병대1사단 면회가족 대기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사고 원인 규명, 궁극적으로 사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고 경위 조사를 위해 조사위원장은 유가족이 지정하는 인사로 하고 조사위도 유가족이 추천하는 중립적 민간 전문가를 과반수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유가족을 찾아 위로를 전한 뒤, 조사위 구성을 비롯, 사망자 예우 등을 논의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