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전체회의서 날 선 공방
송영무 국방, 세부문건 제출 요구 거부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이른바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는 이 문건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사실상 쿠데타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문건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문건의 공개 시점을 문제 삼았다.
군사법원과 감사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인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초반부터 계엄 문건 관련 질의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며 공방을 벌였다. 특히 오후 들어 청와대의 세부 내용 발표 이후 더 강하게 충돌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의) 발표 내용을 보니 기존 법에 전혀 맞지 않은 형태의 계엄을 계획했다”며 “쿠데타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절차”라고 규정했다. 그는 “계엄사령관으로 합참의장을 해야 하는데 육군참모총장을 추천하도록 했다”며 “쉽게 생각하면 ‘합참의장은 통제가 잘 안 되니 육군참모총장을 시키자’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더 놀라운 내용은 계엄령이 선포되면 계엄 해제에 대한 권한을 국회가 갖는 내용이 헌법에 담겨 있는데 이를 무력화 시킨 것”이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표결에 불참한다고 (계엄령 유지가) 되는 건 아닐 테니 계엄사령부가 집회 및 반정부정치활동 금지령을 포고하고 이를 위반한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집중 검거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이 문건 내용을 갖고 몰아 붙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건의 공개 시점을 고리로 반격했다. 이은재 의원은 “문건 어디에도 국가전복 음모가 나오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가 집단으로 난독증에 걸렸느냐”라며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할 즈음 쿠데타 운운하는 것이 적폐청산으로 몰아가려는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계엄 세부 문건을 제출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하면서 고성이 오가다 급기야 회의가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송 장관은 여야 간사가 합의한 67쪽짜리 세부 문건 제출 요구에 대해 “제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여상규 위원장이 “청와대에도 갔는데 위원회에 못 내겠다니 위원회를 어떻게 보는 거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 위원장은 “장관이 문서를 갖고 있든 갖고 있지 않든, 청와대에 줘버렸든 압수당했든 그 문서를 제출해 달라”며 “문서가 제출될 때까지 회의는 종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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