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1시에 가까운 늦은 밤. 대전 유성구 한 주상복합 아파트 주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자동화재감지기가 작동, 소방관이 즉시 출동해 불을 껐다.
이 불로 내부 3㎡가 타는 등 121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관들은 집 안에 있던 고양이를 '실화범'으로 지목했다.
집을 홀로 지키고 있던 고양이가 전기레인지에 올라가 터치 방식의 전원 스위치를 켠 것으로 본 것이다.
주인은 외출한 지 오래된 것으로 보여,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전기 레인지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은 고양이뿐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화재는 불과 열흘 전인 7일 대전 중구 다가구주택서도 발생했다.
불은 전기레인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였고 주인은 정오부터 외출한 상태였다.
전기 합선이나 방화 등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고양이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소방당국은 집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가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불로 전기 레인지와 내부 4㎡가 타 655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지난달 제주시 애월읍 단독주택과 서울 금천구 한 주택에서도 각각 같은 원인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는 등 6월부터 이날까지 고양이로 인한 전기 레인지 화재가 알려진 것만 네 건이다.
전기 레인지 보급이 늘고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양이가 실화범이 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2016년 대전에서 가장 처음 고양이가 범인으로 보이는 전기 레인지 불이 났을 때 대전소방본부는 실제 고양이를 데리고 시험을 해 봤다.
화재조사 담당 소방관들이 고양이 발로 전기 레인지 터치 스위치를 누르자 곧바로 작동됐다.
전문가들은 반려묘의 보호자들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욱 대전소방본부 화재조사담당 소방위는 "당시 고양이를 데리고 간단히 시험해 봤을 때 터치식 전기레인지가 매우 작동이 잘 됐다"며 "외출할 때 전기레인지 코드를 뽑거나 고양이가 터치하지 못하도록 전기 레인지 위에 덮개를 씌우고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기레인지 제조사가 화재 예방을 위한 더욱 근본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레인지를 만들 때부터 고양이 등이 실수로 터치해도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또 가스레인지처럼 중간 밸브를 만들어 외출할 때 잠그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 안전을 확보할 본질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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