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해경이 승객 퇴선 조치 안해”
세월호 침몰 당시 초동 조치와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가 참사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경 및 청해진해운(세월호 선사) 관계자 형사 판결에서 일부 국가 책임이 언급된 적은 있지만, 국가가 당사자인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3개월 만에 정부의 법적 책임이 인정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 이상현)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희생자 118명(단원고 학생 116명, 일반인 2명)의 부모ㆍ자녀ㆍ형제ㆍ조부모 등 유족 354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해경 경비정장이 현장을 파악해 승객의 퇴선을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소속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에 따른 위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청해진해운에 대해서도 “세월호를 화물 과적과 고박(화물 고정) 불량 상태로 출항시킨 행위, 소속 선장ㆍ선원이 승객을 구호하지 않고 퇴선한 행위 등으로 볼 때 청해진해운 역시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관제에 실패한 것 ▦구조본부의 상황지휘가 부적절했던 것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까지 국가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선 구조 책임자(경비정장) 책임만 인정했을 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나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경 지휘부 등의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위자료는 ▦희생자 한 사람당 2억원 ▦배우자에게 8,000만원 ▦친부모에게 각 4,000만원 ▦자녀 2,000만원 ▦형제자매 1,000만원 ▦동거 외ㆍ조부모 1,000만원(비동거 50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희생자 한 사람당 전체 유족에게 지급되는 위자료는 평균 6억원대 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승소한 유족들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정부 차원의 배ㆍ보상을 거부하며 “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별도 소송을 제기한 이들이다. 국가 책임이 뒤늦게 인정된 것에 대해 유족들은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판결문에 명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라면서도 “정부의 책임이 좀 더 구체적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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