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대책 시급성 인정하면서
“최저임금보단 재정지출 확대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최근의 갈등과 관련해 “영세 소상공인일수록 단기간에 임금 부담 증가로 한계기업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등을 통한 보다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제안했다. 평소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박 회장은 “결국 고용을 늘리는 것은 규제 혁파 외엔 없다”고 다시 한번 촉구했다.
박 회장은 ‘제 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열린 제주 신라호텔에서 1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있는 분들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며 “미래가 장밋빛일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가 장기적ㆍ구조적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소상공인과 기업이) 보수적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자꾸 노이즈(잡음)가 생기니 더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피성은 인정했다. “소득 양극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고, 상대적 빈곤층도 두꺼워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은 사용자단체가 불참한 상태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정해진 룰에 따른 결정이기 때문에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정부와 재정의 역할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좀더 다양한 정책수단을 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과감하게 쓰면 (최저임금 인상과) 마찬가지 효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출이나 관급 프로젝트 등을 통해 좀더 경기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썼으면 좋겠다”고 그는 제안했다.
그는 다만 직접적 분배정책이나 관급 프로젝트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그런 정책을 쓴다면 재원 문제도 있는데, 그것까지 제가 얘기하는 것을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회장은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5년간 그렇게 절박하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효과가 전혀 없었던 데 대해 정말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이른바 ‘규제개혁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는 “이 문제는 천 번, 만 번을 얘기해도 지치지 않을 만큼 절박하다”며 “과거의 연장선상에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하강하고 있는 경제 곡선을 되돌리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용을 늘리는 길도 규제 혁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청년 백수가 많다는데, 그 청년들을 흡수하려는 회사가 생겨야 하고 그러려면 규제를 풀어 일거리가 많아져서 창업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회와 정치권을 겨냥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그는 “양쪽이 더 쓸 수 있는 실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의 다 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자유무역을 추구하던 글로벌 교역 질서가 보호무역 위주로 돌아서면 수출 주도의 우리 경제에 불리한 환경으로 가는 게 자명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혁 정책은 사익 편취 등 대기업의 일탈행위를 막아보겠다는 게 대부분이었다”면서 “런 정책이 시장질서를 나쁘게 한다거나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보지 않고,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만 최근 들어 정부에서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 “소통과 격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일을 더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 혁파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희망심리가 경제에 많이 퍼져나갈 수 있게 정책 운용이 됐으면 좋겠다”며 “국회나 정부가 경제 심리를 어렵게 만다는 조치는 좀 천천히 하고, 하향 추세에 있는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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