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성서' 출간
가로 28.5㎝, 세로 42.3㎝. 무게는 5.5㎏. 가격은 33만원. 이게 대체 책이긴 할까 싶은데 책 맞다.
한길사가 ‘큰 책 시리즈’ 첫째 권으로 내놓은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성서’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의 활자 미디어가 위기라고 하지만 디지털이 따라올 수 없는 감동, 아름다움, 존재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편성과 휴대성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어긋날 지 몰라도 책의 물성 그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보라는 의미다.
이런 기획 의도에 귀스타브 도레(1832~1883)는 딱 알맞다. 대중적 인쇄물이 날로 늘어가던 19세기 프랑스에서 도레는 글에 딸린 부속물 취급을 받던 삽화를 예술화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값비싼 재료를 쓰고 많은 인원을 작업에 투입했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목판화 작업을 고수했다. 도레의 작품이 연출, 구도, 묘사 등에서 극적인 요소가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도레의 이런 노력 덕분에 19세기말 많은 화가들이 도레에게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1866년 발간된 성경에 실린 도레의 판화들을 고스란히 옮겼다. 책이 커진 것도 그 당시 책의 판형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정해서다. 책으로 묶는 이런 큰 종이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워 스위스에서 종이를 가져왔다. 책은 딱 1,000부만 찍었다. 크고 화려한 책의 특성상 일반 서점에 내놓지 않는다. 전화나 인터넷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방식으로만 책을 판매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이우진(숙명여대 법학과 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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