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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에서 장관 취임 1주년은 특별한 날입니다. 취임 때 내세웠던 정책들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를 비롯해 장관의 수행능력 전반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통상 취임 1년을 전후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1년을 일했는데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장관이라면 개각 때 교체 1순위 후보에 오르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부 부처들은 장관 취임 1년에 맞춰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성과와 향후 정책방향을 소개하는데 공을 들입니다. 문재인 정부 1기 장관들이 최근 줄줄이 기자간담회를 연 것이 비근한 사례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9일로 취임 1년을 맞습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이날 일정은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전남 목포 출장입니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조선 기자재업체를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창업 희망콘서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최 위원장은 취임 100일 때도 간담회를 갖지 않았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은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성향인 데다 특정일에 맞춰 성과를 소개하는 일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일부러 간담회를 열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간담회용 성과 소개 자료를 만드느라 그렇잖아도 야근이 잦은 직원들이 추가 업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합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드는 최 위원장에 대한 정부 안팎의 평가는 후한 편입니다. 현 정부 1기 장관 중에선 비(非)관료 출신으로 자기 주장이 강해 공연히 외부와 마찰을 빚은 장관이 적지 않은데, 최 위원장은 관료 출신으로 묵묵히 일하며 여러 현안을 매끄럽게 매듭지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가계부채 문제, 한국GM 구조조정 사태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 위원장은 평소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자”고 강조해 조직 내에서도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재벌개혁엔 최 위원장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이 최 위원장을 향해 “금융위가 ‘삼성 편’만 드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곧 있을 개각 때 최 위원장이 자리를 지킬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하반기 금융위는 삼성 등 대기업 금융그룹에 대한 자본규제 수위를 대폭 높이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법안에 역량을 쏟아 부을 거라고 합니다. 최 위원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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