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충북ㆍ세종 주민설명회 무산
세종은 노선 관통 주민들 변경 요구
충북은 오송 경유 등 요구
8년 간 표류하다 본 궤도에 오른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노선안을 둘러싼 주민 반발로 또다시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청주와 세종시 주민을 상대로 열려던 서울~세종고속도로(세종~안성 구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주민설명회가 주민 반발로 취소됐다.
이날 오전 오송읍사무소에서 예정됐던 설명회는 노선이 오송을 경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후 세종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설명회는 마을과 가까운 곳으로 노선이 변경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며 파행을 빚었다.
국토부는 지난 5일 서울~세종고속도로 중 세종~안성 구간 건설을 위한 2가지 대안을 공개하고, 이날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세종시 장군면 서측 산지를 통과하는 대안1은 장군면 서세종IC로 접속하는 62.76㎞ 구간으로,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의 환경영향평가 결과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장군면 봉안리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을 통과하는 대안2는 장군면 남양유업 맞은편 식당가와 원룸주택 주변을 통과하는 63.97㎞ 구간으로, 2008~2009년 타당성 평가 대상에 오른 전력이 있는 사실상 서울~세종고속도로 원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안1은 대안2보다 4㎞ 가량 서쪽으로 떨어진 장군면 하봉리에 세종분기점(JCT)를 설치해 대전~당진고속도로와 연결하고, 장군면 용현리에는 국도 43호선과 연결되는 세종IC를, 전동면에는 연기IC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안1 노선이 마을을 관통하는 장군면 송문리 주민들은 설명회장에서 “원안(대안2)를 발표해 놓고 이제 와서 변경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아울러 노선안 변경 배경에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난 10여년 간 시는 원룸과 식당 인허가를 내주고 방치했다. 이 곳엔 기획재정부 공무원 조합이 개발한 지역 택지도 조성돼 있다”며 “결국 공무원들이 노선을 바꾼 거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그러면서 ▦송문리 이주민ㆍ원주민 생명권 및 재산권 보호 ▦봉안리 및 대교리에 개발회사와 손잡고 부동산 투기 및 난개발을 주도한 기재부 공무원 수사 ▦세종시 구간 노선 변경 경위 진상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검토 등을 촉구했다. 반딧불이와 금개구리, 수달 등 생태 환경 특1등급 자연환경지역인 송문리를 보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성혁 송문리 이장은 “대안1 노선 추진을 결사 반대한다”며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오송읍사무소에서 진행하려던 설명회에선 오송 주민들이 고속도로가 오송을 경유하거나 이 지역에 최대한 가깝게 설계돼야 하는데 노선이 세종 쪽으로 치우쳤다며 반발했다. 주민들은 특히 “고속도로가 오송을 경유해 청주, 진천을 거쳐야 하는데 국토균형발전 개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설명회를 거부하고, 일제히 행사장에서 빠져 나갔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설명회 재개최를 검토 중이지만, 주민 반발이 커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 입장에선 관련 법 상 주민 점거로 설명회가 무산되면 다시 열 의무가 없어지는 만큼 설명회는 열지 않고, 팩스나 우편, 전자우편 등을 통한 의견 수렴을 해 최종안 마련한 뒤 신문 공고 등을 거쳐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2004년 11월 국토부의 장기 수도권 고속도로망 구상에 반영된 뒤 2008~2009년 타당성 조사 통과, 사전환경성검토 등을 거쳐 가시화했다. 하지만 충북도의 중부고속도로 확장 요구 등으로 제동이 걸려 표류하다 2015년 11월 사업이 확정됐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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