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어린이집 버스 안에 7시간 넘게 갇혀 있던 4세아가 숨지는 사고가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발생했다. 어린이집 인솔 교사도, 운전사도 내리지 않은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버스 문을 잠갔고, 아이가 등원하지 않은 줄 알았던 담임 교사는 일과가 끝난 뒤에야 부모에게 연락해 뒤늦게 사고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한두 번 있는 사고가 아니다. 지난 5월 전북 군산시에서도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지 않은 채 2시간 가까이 갇혀 있던 4세아가 구조된 일이 있었다. 2년 전 여름 광주에서 유치원 버스에 8시간 방치됐다 가까스로 구조된 4세아는 지금도 의식불명 상태다.
사고의 직접 책임은 유아 돌봄을 소홀히 한 버스 동승 교사와 운전사에게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아이들 생명과 안전을 챙기는데 근본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통학버스 내 아동 방치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미국 등의 ‘잠자는 아이 확인(Sleeping Child Check)’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학버스 맨 뒷자리에 설치한 이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자동차 열쇠를 뽑으면 경보음이 울려 운전자가 방치 아동을 살피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법안대로 버스는 물론 승용차까지 운전자나 동승자가 아동을 차량에 방치할 경우 엄벌하도록 법규도 강화해야 한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할 지는 의문이다. 2013년 청주에서 발생한 김세림양 사고를 계기로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의 통학차량 안전설비와 운전자 등의 안전확인 의무를 담은 법이 시행됐지만 통학차량 교통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세월호 사고 등 대형 재난을 겪고도 여전한 안전불감증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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