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이른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그 중에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지금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되는대로 유라시아 철도로 확대될 경우, 남북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세와 사회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미래의 희망이 절실할수록 과거의 교훈을 명심하라는 뜻에서,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철도연결과 관련된 사안을 짚어보겠다. 먼저 동해선이다.
일제는 1927년부터 ‘조선철도12년계획’을 추진했다. 3억2,000만 원을 투입하여 기존 계획에다 5대 간선(도문선 혜산선 만포선 동해선 경전선)을 새로 건설하고, 일부 구간은 사설철도를 매수하여 표준궤로 개량하는 대형 사업이었다. 일제는 한국의 산업개발, 제국의 인구 식량 연료 수지(收支)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계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동해선은 경상남북도 강원도 함경남도 해안 592㎞를 지나, 부산과 한반도 동북지역의 함경선(원산-상삼봉 667㎞) 도문선(상삼봉-웅기 180㎞), 만주 동남지역의 경도선(新京-圖們 528㎞) 도가선(圖們-佳木斯 580㎞)을 이어 유라시아대륙, 동해항로를 통해 일본 열도로 연결된다. 동해선은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을 대체 또는 보조할 수 있는 동맥으로서, 5대 간선 예산의 36%(6,300만원), 선로의 40%(546㎞), 매수의 44%(147㎞)를 차지하는 발군(拔群) 노선이었다.
동해선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새로 건설하는 동해북부선(안변-포항)과 동해남부선(울산-부산), 조선철도주식회사의 경동선(慶東線, 대구-포항 학산, 경주 서악-울산, 협궤)을 매수 개량하는 동해중부선이었다. 경동선은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대구-포항이 본선이고 경주-울산이 지선이었다. 포항-하마다(濱田) 항로에 월 3회, 포항-웅기-오사카(大阪) 항로에 월 6회 선박이 왕래했다.
동해선은 원래 1927년 착공하여 1938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1929년 세계공황에 따른 일제의 긴축재정, 1931년 만주사변으로 인한 국경개발과 국방강화 등에 밀려 지지부진했다. 더구나 일제가 1937년 중일전쟁을 계기로 ‘대륙병참선’으로 경경선(京慶線=중앙선, 청량리-경주 383㎞) 혜산선(길주-혜산진 142㎞) 만포선(순천-만포 300㎞) 건설에 치중하자, 동해선은 1937년까지 북부선 일부(안변-양양 193㎞)를 개통하고 양양-포항의 노반공사를 마치는데 그쳤다. 남부선 일부(부산-울산 73㎞)는 1930년에 착공하여 1935년에 완공했다. 중부선은 매수 개량과 더불어 영천-경주 38㎞는 경경남부선, 대구-영천 38㎞는 경부선의 지선 대구선, 울산-경주 41㎞와 경주-포항 34㎞는 동해남부선에 분리 편입되어 명칭조차 사라졌다.
거창하게 시작된 동해선은 일부만 개통됨으로써 강원도 경상남도 해안을 개발하는 지역철도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동해선상에 28개 역이 설치되어 운수영업은 조금씩 나아졌는데, 여객수입이 화물수입을 능가했다. 북부선은 1932년 외금강역을 개설하여 동해안 금강산 관광, 임산물 수산물 광산물 반출, 공산물 잡화 임산물 반입을 촉진했다. 남부선은 동래 해운대 울산 경주를 경유하여 휴양과 관광, 농산물 반출과 공산물 반입에 기여했다.
남북은 이번에 2007년 5월 잠시 이었다가 끊은 동해선을 다시 연결하겠다고 나섰다. 그렇지만 남북이 동해선을 진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한에서는 제진-강릉 110㎞를 신설하고, 건설 중인 영덕-삼척 122㎞와 영덕-포항 44㎞를 빨리 완공해야 한다. 또 부산항과 동해선을 원활히 잇기 위해 도심 관통선이나 창원-사상 또는 고모-가천에 삼각노선을 깔아야 한다. 북한에서는 동해선이 이름마저 금강산청년선으로 바뀌었는데, 안변에서 경원선과 만나 단선으로 원산에 진입하기 때문에, 신축 수준으로 개량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연결만 해서 대박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동해선 모든 구간을 복선화 고속화하고, 다른 철도 항로와 쉽고 빠르게 접속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사족이지만, 남북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라도 먼저 서로 다른 노선 이름부터 통일하는 게 어떠냐고 권하고 싶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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