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상용화 의미 살려
업체간 소모적 경쟁 피하기로
정부 “장비 도입 보안 검증할 것”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내년 3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5세대(5G)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차세대 통신기술 동시 상용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타사보다 빨리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했지만,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5G를 구현한 국가’에 방점을 찍자는 정부 방침에 세 업체가 합의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7일 서울 여의도 매리어트파크센터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과 논의한 결과 “5G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 사업자 간 최초 경쟁을 지양하고 우리나라가 최초가 되는 ‘코리아 5G 데이’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통사들은 과거 새로운 LTE 기술이 나왔을 때 경쟁사의 상용화를 인정하지 않으며 소모적 감정싸움을 벌인 전례가 있다. 5G 상용화는 장비와 단말(기기), 콘텐츠 등 연관 산업에 동시다발적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할 중요한 기회인만큼, 상용 시점을 서로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 회사가 ‘동시 개통’을 위해 통신장비 선정, 네트워크 구축, 5G용 스마트폰 수급 등 일정에 보폭을 맞춰갈 전망이다.
이날 유 장관과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 간의 만남은 5G 상용화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황창규 KT 회장은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우리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황 회장은 “미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망중립성을 폐지했고 일본에선 NTT도코모와 정부가 협력해 다양한 외부 업체가 참여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세금 혜택 등 정부가 5G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간의 어려움을 해소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이통사가 망뿐 아니라 5G 생태계 확장에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5G 상용화와 관련해 민감한 이슈인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에 대해선 ‘특혜도, 배척도 없다’는 입장이다. 화웨이는 5G 전국망에 필요한 통신장비 개발을 마쳤지만 장비에 도청과 정보유출이 가능한 ‘백도어’(의도적 보안 허점)가 숨겨져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유 장관은 “장비 업체 선정은 통신사의 선택 사항”이라며 “하지만 화웨이든, 삼성전자든 정부 역할을 하기 위해 보안 정책을 적극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삼성전자가 이끌면서 다양한 장비 및 칩세트 중소기업들과 협업하는 구조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이미 LTE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5G에서도 LTE 장비와의 호환성 때문에 화웨이 채택 가능성이 높지만, 하현회 부회장은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소감으로 갈음했다. 지난 16일 새 LG유플러스 수장으로 선임된 하 부회장으로선 직접 언급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유 장관은 “5G에서 대한민국이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5G 시대에도 통신비 절감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