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물들도 대프리카에선 기진맥진
초복인 17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달성동 달성공원 동물원. 폭염경보가 전국을 덮친 가운데 낮 기온이 섭씨 36.6도까지 올라간 대구 속 아프리카 달성공원에는 호랑이와 코끼리, 타조 등 79종 734마리의 동물 가족들이 불볕더위를 쫒기 위해 각자의 피서법을 펼치고 있었다.
섭씨 35도를 넘어가면 달성공원관리사무소 측이 찬물을 뿌려주고 얼음 간식도 제공하는 등 폭염대책에 돌입하지만 동물에게는 2% 부족하다.
무더위에 익숙한 인도산 코끼리도 대구 햇살을 그대로 맞기가 쉽지 않다. 원숭이사 인근 코끼리사에서 땡볕에 서 있는 코끼리 한 쌍은 선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육사가 옥상에서 냉수 샤워기를 틀자 44살된 수컷은 길다란 코를 한껏 치켜 세운다. 코끼리가 코를 높이 올리는 행동은 사람으로 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기분이 좋다는 의미다. 49살 암컷도 코에 물을 가득 담아 목도 축이고 온몸에 뿌리면서 더위를 쫒고 있었다.
달성공원 측은 “코끼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할 때는 소리를 마구 지르는 등 동물들도 저마다 덥다는 의사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고향이 아프리카라고 해서 무더위를 꼭 잘 이기는 것도 아니었다. 찜통더위는 고슴도치의 일종인 아프리카 포큐파인의 뾰족한 가시는 무더위와 땀에 젖어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얼룩말조차 물통에 머리를 박은 채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
달성공원 동물가족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피서법은 탁족(濯足)이다. 몽골 출신 늑대는 사람이 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물장구를 치고 있고, 대만 출신 꽃사슴과 남미 출신 과나코는 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를 지켜보던 새끼도 덩달아 발을 담근다. 낙타과인 과나코는 고온과 강추위에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프리카’ 앞에 예외는 없다.
사자나 호랑이처럼 야행성 포유류는 기온이 높아지자 그늘로 들어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고 너구리는 옆 우리 코요테처럼 정신없이 우리를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물개도 뭍으로 올라와 잠시 입을 벌리고 허덕대다 금방 물속으로 뛰어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임찬규 달성공원관리사무소 관리팀장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폭염에 수시로 시원한 물과 수박, 바나나 등 신선한 과일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성공원 동물원은 1970년 5월 문을 열어 2000년 4월부터 무료개방했다. 이 동물원은 공영개발방식으로 2022년까지 대구 수성구 대구대공원 이전이 추진 중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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