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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토 내 불법 활동’… 푸틴이 언급한 빌 브라우더는 누구?

입력
2018.07.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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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미ㆍ러 정상회담 기자회견 도중 

 “클린턴 캠프에 4억달러 불법제공” 주장 

 브라우더 “푸틴 제정신 아니다” 즉각 반박 

반러시아ㆍ반푸틴 인사인 영국의 투자 전문가 빌 브라우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러시아ㆍ반푸틴 인사인 영국의 투자 전문가 빌 브라우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빌 브라우더의 동료들이 러시아에서 불법적으로 빼돌린 4억달러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로 흘러들어갔다.”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사흘 전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해킹 등 혐의로 러시아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한 것과 관련, 미ㆍ러 공동 수사라는 ‘깜짝 제안’을 건네면서였다. 푸틴 대통령은 상호 조건을 내세우며 ‘러시아 영토에서의 불법적 활동’에 대한 조사도 요구했는데, 이때 언급한 이름은 ‘빌 브라우더’ 딱 하나였다. 대체 그가 누구이길래 푸틴 대통령에게 있어 ‘요주의 인물’이 된 것일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유명 헤지펀드 운용자인 브라우더(54)는 당초 러시아에 대한 최대 외국인 투자자 중 한 명으로, 푸틴 대통령의 열혈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反)푸틴’의 최전선에서 푸틴 정권의 부패와 인권탄압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스페인 방문 도중, 러시아 요청을 받은 현지 경찰에 체포돼 잠시 구금됐다가 ‘러시아 요청을 따르지 말라’는 인터폴 권고로 석방되기도 했다.

브라우더가 푸틴 대통령에 ‘미운 털’이 박힌 이유는 바로 미국의 대표적인 대러 제재 수단인 ‘마그니츠키법’을 이끌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러시아 투자회사 ‘허미티지 캐피탈’을 창립한 그는 2005년 40억달러 이상을 관리할 만큼 ‘잘 나가는’ 대러 투자자였다. 그러나 러시아 관료들이 2억 3,000만달러의 세금을 횡령한 사실을 밝혀내는 바람에 모든 게 꼬였다. 당국은 오히려 같은 금액의 세금을 허미티지가 불법 환급받았다면서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브라우더는 2005년 11월 모스크바 출장길에 공항에서 구금된 후 국외 추방됐고, 회사의 다른 임원들도 살해 위협에 시달리다 러시아 밖으로 탈출했다. “잘못이 없다”며 러시아에 남은 고문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는 교도소에서 고문에 시달리다 1년 후쯤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브라우더는 반러ㆍ반푸틴 인사로 변모했다. 그의 적극적인 활동 끝에 2012년 미 의회는 마그니츠키 구금에 관련된 러시아 관리들의 미국 입국 금지,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마그니츠키법’을 통과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격노했고, 브라우더는 크렘린의 핵심 표적이 됐다. 2016년 6월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크렘린과 연계된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 변호사가 트럼프 대선 캠프 핵심 인사들에게 브라우더 관련 의혹이 담긴 메모를 건넸을 정도다. 클린턴 후보를 흠집 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브라우더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요구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다. 러시아가 그 동안 인터폴을 통해 시도한 ‘브라우더 수배령 통보’도 6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우더는 이러한 일련의 경험담을 담은 ‘적색수배령’(Red Notice)을 출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미러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돌연 브라우더를 언급한 데에는 바로 이 같은 속사정이 작용했다. 그는 “브라우더의 사업체는 러시아에서 15억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러시아와 미국 어디에도 세금은 내지 않았다”며 이 가운데 4억달러 이상이 클린턴 캠프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믿을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했지만, 증거를 따로 제시하진 않았다.

브라우더는 이날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비난에 대해 “크렘린이 마그니츠키법을 불편히 여긴다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마그니츠키법이 푸틴의 아킬레스건을 드러내 줬다는 건 확실하고 진실된 팩트”라며 “서구에 있는 그의 돈이 지금 마그니츠키법 때문에 ‘묶여 있어’ 사실상 잃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문제로 현 소재지를 밝히지 않은 브라우더는 ‘힐러리 4억달러 제공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것에 기반해 있는, 괴상한 정서적 반응의 일부일 뿐”이라며 “푸틴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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