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발의 가능 의원에 전담 실국장
조국 교수 상대로 학계 로비 확인
검찰, 이재화 변호사 참고인 조사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법안 발의를 위해 국회의원 성향을 분석하고, 개별 접촉을 통해 서명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대법원의 전방위 국회 로비 활동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1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으로 상고법원 설립 반대에 앞장 섰던 이재화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양승태 사법부가 민변을 실제로 회유ㆍ압박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변호사에 따르면, 2014년 9월 1일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공동 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문건에는 2014년 말까지 의원 100명의 서명을 받아 상고법원 도입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는 방안이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공동발의 가능한 국회의원들에 대해 전담 실국장을 배치하고, “개별적 접촉 및 설득작업 진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또 의원 100여명을 상고법원 설립에 대한 입장에 따라 ‘가능성 그룹’, ‘개연성 그룹’, ‘주요 설득 거점 의원’으로 분류하는 등 개별 성향 분석까지 했다. ‘주요 설득 거점 의원’으로는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중점적으로 거론됐으며, 박범계, 박영선, 박지원, 이춘석, 최원식, 서영교 의원 등이 포함됐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 법안 서명 목표인 100명을 훌쩍 넘겨 의원 168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재화 변호사는 “지방법원장이 선관위원장을 겸하는 지위를 이용해 지역 의원들의 입법발의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며 “법무부 반대로 정부입법이 어려워지자 의원들을 개별 압박하는 ‘청부입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시 법원행정처가 “조국 교수 등 진보 교수”를 대상으로 학계 로비에 나선 정황도 확인됐다. ‘민변 대응 전략’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민변 내 찬성 세력을 모아 대의원회에서 독자적인 의견을 내는 것을 목표로, “SNS 통해 진보진영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 영향력 있는 교수”를 접촉하겠다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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