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간부를 직ㆍ간접적으로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16일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 이재화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법원행정처의 ‘민변 회유ㆍ압박’ 의혹에 대한 실행 여부를 조사했다. 이 변호사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상고법원 설립 반대에 앞장 섰고,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대리했다. 이날 조사는 11일 송상교 사무총장 등 현 민변 집행부를 불러 확인한 데 이어 민변 관련 두 번째 검찰 조사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이 변호사를 직접 회유하다 실패하자, 간접적인 방식으로 회유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민변 대응 전략’ 문건에는 이 변호사를 ‘비주류 의식 소유자’라고 폄하하는 세평과 함께 ‘여러 번 접촉했으나 실패, 직접 접촉 지양’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변호사 또한 2014년 9월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로부터 “공청회에서 상고법원이 위헌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거절한 적이 있다며, “2014년 말 대한변호사협회 일부 상고심제도개선위원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상고법원 안을 재검토하자고 해 법원행정처의 간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변 대응 전략’ 등 7개 문건에는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한 민변을 압박하기 위한 강ㆍ온 전략이 담겼다. 온건책으로는 민변 내 찬성 세력을 모아 대의원회에서 독자적인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조국 교수 등 ‘일반 대중에 영향력 있는 교수’들을 접촉하는 방안이 고려됐다. “민변 출신 최원식 의원이 토론회에서 민변과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밝힐 예정”이라며 국회 토론회 지원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책으로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을 대리한다는 점을 고리로 ‘빅딜’을 모색하거나, 보수적 변호사단체를 앞세워 민변을 압박하려는 계획이 거론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