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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률 정한 후 숫자 맞추기… ‘그때 그때 다른’ 최저임금 산출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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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률 정한 후 숫자 맞추기… ‘그때 그때 다른’ 최저임금 산출 근거

입력
2018.07.17 04:40
수정
2018.07.17 10:17
3면
0 0

 #1 

 불투명한 산출 기준 논란 확산 

 내년 적용 임금인상전망치 3.8%P 

 예전 기준으론 4.25%P 적용돼야 

 #2 

 2배 이상 늘어난 소득분배개선분 

 중위임금 → 평균임금 ‘입맛 변경’ 

 #3 

 협상배려분 0.1%~1.6%P 널뛰기 

 “합리적 설명 불가한 정치적 숫자” 

 “어떤 결론나와도 갈등 지속 원인” 

지난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을 마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을 마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신동준 기자
그래픽 신동준 기자

10.9%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의 불투명한 산출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제각각으로 제시되는 산출근거 탓에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소속 공익위원들이 미리 정해놓은 인상률에 숫자를 끼워 맞추는 형식이라는 지적들이 쏟아진다. 객관적인 산출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매년 어떤 결론이 나와도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9%는 ▦임금인상전망치 3.8%포인트 ▦소득분배 개선분 4.9%포인트 ▦협상배려분 1.2%포인트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따른 임금 하락효과 보전분 1%포인트로 구성된다. 이중 최저임금 산입범위 보전분 1%포인트는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내년에만 있는 특별한 항목이지만, 나머지는 예년에도 있던 항목들이다.

매년 비슷한 항목으로 구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해마다 기준이 오락가락 한다. 먼저 내년도 임금인상전망치의 경우 최임위는 노동연구원의 올해 전체 근로자 임금인상률 전망치 3.8%를 인용했다. 그런데 2016년과 2017년에는 임금인상전망치를 구할 때 노동연구원의 인상률 전망치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협약임금인상률을 단순 평균해 산출했다. 만약 이 기준을 내년도 최저임금에 적용한다면 3.8%와 4.7%(5월 협약임금인상률)의 평균 값인 4.25%가 임금인상전망치가 됐어야 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요소인 소득분배 개선분 역시 기준이 갈팡질팡한다. 종전까지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삼던 것을 내년도부터는 평균임금으로 대체했다. 중위임금은 전체 금로자의 임금을 1등부터 일렬로 세워놓았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금액인 반면 평균임금은 억대 연봉자를 비롯해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합산해 근로자의 근무 일수로 나눈 액수다. 극소수 고액연봉자의 임금이 반영되다 보니 평균임금이 중위임금보다 더 높다. 최임위 관계자는 “중위임금의 50%를 기준으로 이에 미달하는 부분을 소득분배 개선분으로 삼았는데, 이제는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맛에 따라 통계를 취사선택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협상배려분 1.2%포인트는 최임위조차 합리적인 근거 설명을 포기한 정치적인 숫자다. 이 협상배려분은 2017년 최저임금에는 내년과 같은 1.2%포인트가 반영됐고, 2016년에는 ‘협상조정분’이란 이름으로 1.6%포인트가 반영됐다. 심지어 2014, 2015년 협상조정분은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별다른 근거가 제시되지 않다 보니, 미리 정한 최저임금 인상률에서 임금인상전망치, 소득분배개선분 등 고정된 숫자를 뺀 값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임금인상전망치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분명한 수치가 없다”면서 “두자릿 수 인상률을 달성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만든 숫자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산출 근거가 아예 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올해 최저임금(7,530원ㆍ인상률 16.4%)이 그렇다. 이례적으로 공익위원 안이 아닌 근로자위원 안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초 제시안인 1만원은 ‘대통령 공약 달성’이라는 산출 근거가 있었지만 이후 최초 제시안보다 조금씩 낮추는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는 근거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물론 최저임금에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고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들어있는 만큼, 기계적 산식에 따라 인상률을 자동 결정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매년 불분명한 기준을 들이대며 짜맞추는 방식은 더 이상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는 남겨두더라도 나머지 지표들은 예측 가능한 통계를 써야 노사 모두를 어느 정도 설득시키고 부작용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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