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목 1000그루 시험식재 추진
경쟁관계 조릿대 영향도 연구
2026년까지 보전연구사업 진행
멸종위기에 놓인 한라산 구상나무를 복원하기 위해 어린 구상나무 1,000그루를 심는 시험사업이 추진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오는 19일 한라산 영실 등산로 선작지왓 일대에 지난 7년 동안 자체 증식해 기른 구상나무 묘목 1,000그루를 심는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식재 장소는 제주조릿대와의 경쟁 관계를 고려해 구상나무가 쇠퇴한 지역 중 한라산국립공원 전역에 분포하는 제주조릿대가 밀집해 자란 곳으로 골랐다. 이는 제주조릿대 확산으로 어린 구상나무 발생과 생장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고려한 복원방안 연구를 병행하기 위해서다. 식재 후에는 생존율과 생육상황 등을 지속해서 관찰해 최종적으로 구상나무 종 복원 매뉴얼을 개발한다.
구상나무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제주 고유 재래종인 제주조릿대가 구상나무 치묘(어린 나무) 발생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릿대는 최고 1.5m까지 자라고 번식력이 매우 강해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어 말라 죽게 된다. 조릿대는 30여년 전까지 한라산 해발 600~1,400m 지역에 드문드문 분포했지만 강한 번식력으로 최근에는 계곡과 암석지대를 제외한 한라산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90%를 잠식했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최대 규모이자 보존가치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라산 구상나무 숲 면적은 2006년 738.3㏊에서 2015년 626㏊로 112.3㏊나 줄었다. 10년간 15.2%나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부터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환경부 국비 45억9,000만원이 투입된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최근 10년간 구상나무가 대량 고사해 숲이 쇠퇴한 영실 등산로 해발 1,630m 일대에 구상나무 묘목 2,000그루를 심었다. 당시 식재된 구상나무들은 현재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면서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그동안 구상나무 시험 식재를 위해 토양훼손 방지 등 천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자생지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멸균 처리되고 부식 가능한 친환경적인 특수 식재 용기를 제작해 구상나무 묘목를 이식해 적응시켰으며, 묘목을 심어도 환경변화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터파기를 하지 않고 미세지형적인 환경특성을 고려한 식재기법도 준비했다.
김창조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시험식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될 만큼 국제적으로 보전가치를 지닌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방안 마련과 함께 보전 필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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