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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가뜩이나 일 많은데… 내 업무까지 떠안을 동료에 미안해서

입력
2018.07.18 04: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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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휴가 3일 계획” 가장 많아 

 “업무 많아서 연차 못 써” 34% 

 1주일 이상 휴가 “사치” 생각 

 

 짧은 휴가도 영업 실적과 직결 

 “휴가 중에 내 입지 줄어들라” 

 장기휴가 꺼리는 요인 중 하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즐거워야 할 여름 휴가, 정작 휴가원을 쓰고 회사 문을 나설 때까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업무를 나눠야 하는 다른 직원들이 신경 쓰여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직장인들에게는 2주는커녕 1주일을 쉬는 것도 사치다.

최근 평생교육 기업 휴넷이 직장인 1,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들의 올해 여름휴가 기간은 평균 4.3일로 집계됐다. 휴가 계획이 있는 직장인 중 33.9%가 3일간 휴가를 간다고 응답했고 이어 ▦5일 24.6% ▦4일 16.2% ▦7일 이상 14.0% 순이었다.

자신에게 보장된 휴가를 마음 편히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빡빡한 인력 구조가 꼽힌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직장인 7,198명을 대상으로 한 연차 사용 실태 설문 결과 응답자 중 34%가 연차를 쓰지 않은 이유로 ‘업무가 너무 많아서’를 꼽았다.

업무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빠듯하게 일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울 경우 다른 사람들은 능력 이상의 업무량을 요구 받게 된다. 가령 세 명의 팀원이 300만큼의 일을 하는 부서에서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울 경우 남은 두 사람이 1인당 150씩의 업무 부담을 떠안으면서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누군가 휴가를 가고 난 뒤 ‘남은 사람’ 입장이 되고 나면 휴가를 쓰기 미안해진다. 증권사 팀장인 조모(46)씨는 “자리를 비우게 되면 아무래도 남은 사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생각부터 떠오르게 마련”이라며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울 때도 팀원들에게 미안해지는데 휴가를 길게 쓰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래 자리를 비웠다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역시 장기 휴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휴가 기간 동안 내 역할을 누군가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내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은 누군가에겐 그저 농담으로 치부할 얘기가 아니다. 금융사에 근무하는 송모(35)씨는 “장기간 휴가를 간 사이에도 회사 업무가 제대로 굴러가면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팀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휴가에서 복귀했을 때 다른 부서 선배가 ‘회사 잘 다니고 있었네, 그만둔 줄 알았지’라며 농담을 던지는 것도 불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업무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이라면 휴가를 길게 썼다가 자칫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영업사원 김모(37)씨는 “월 단위로 팀 실적을 모아 경쟁하는 영업직에게는 짧은 휴가도 치명적”이라며 “휴가를 길게 가라고 할 거라면, 자리를 비운 동안 실적 때문에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노사간 합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는 눈치싸움이다. 휴넷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휴가 일정은 7월 하순(21.6%)에서 8월 초순(38.4%)에 몰려 있다. 아이들 학교나 유치원 방학에 맞춰서 휴가를 쓰려고 하다 보니 7, 8월에 휴가 일정이 몰릴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팀원들과 일정을 조정하다 보면 짧게 쪼개서 휴가를 쓰게 되기 쉽다. 이렇다 보니 성수기에 장기 휴가를 간다는 것은 직장인에겐 언감생심이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에 다니는 최모(31)씨는 “공장이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일주일 간 쉬는데, 회사에선 앞뒤로 연차를 붙여 써도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쉴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라 눈치싸움이 심해진다”며 “팀장이 ‘내년엔 꼭 보내주겠다’고 하면 속는 셈치고 양보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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