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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북한 경제발전, 베트남보다 훨씬 험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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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북한 경제발전, 베트남보다 훨씬 험난할 듯”

입력
2018.07.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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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재산 부정 오래돼 기업형 활동 초보 수준” 

 도시화ㆍ고령화된 인구구조도 약점 지목 

 주변국 투자ㆍ정권 변화 의지 등은 긍정적 요소 

1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AP 연합뉴스
1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 베트남을 방문해 북한의 비핵화 후 경제개방 모델로 베트남을 제시했다. “베트남이 왔던 길을 북한이 따른다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면 베트남처럼 번영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북한의 관료들 역시 맹주 역할을 자처하며 압박을 가해 온 중국 대신 ‘동료’인 베트남에게서 경제 발전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을 나쁘지 않게 여겨 왔다.

그러나 14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에 비해 북한은 훨씬 불리한 처지에 있으며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난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모델에 입각해 비핵화ㆍ제재 완화 이후 북한의 경제 발전에 낙관적 전망을 보이는 북미 양국과 분석가들의 관측에 반하는 ‘악마의 대변인’ 목소리를 낸 셈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하는 북한의 약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한이 너무 오랫동안 공산주의의 원칙에 입각해 사유재산제를 부정해 왔다는 점이다. 본래 자유 진영의 일부였던 베트남 남부에서 농장과 공장의 집산화는 베트남의 완전 공산화 이후 불과 10년 동안 진행됐고, 그 이후로는 다시 사유재산이 인정됐다. 기존에 기업을 운영하던 이들이 곧바로 다시 기업 경영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장마당 등을 통해 일부 ‘기업형’ 활동이 나타나고는 있으나 아직은 초보적 단계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이미 상당 부분 산업화가 진행돼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경제 구조도 오히려 북한의 개방 이후 빠른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꼽혔다. 개혁ㆍ개방 후 경제발전을 이룩한 베트남과 중국의 경우, 각각 1980년대 중반과 1970년대 후반에 대부분의 인구는 여전히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간단한 시장 개혁만으로도 농업 생산성은 급격히 증대됐고, 일부 농장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몰려들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 수출 중심 공장의 가동에 기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 인구의 60%는 이미 도시에 거주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의 경제는 구공산권 붕괴 전 소련과 동유럽을 닮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빈사 상태의 경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산업 재편성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북한 인구 중 일부는 상당 기간 실업 상태에서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력형 부패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고, 국제 투자자들도 과거의 투자 실패 경험을 우려해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마지막 약점은 북한의 노동력이 개혁개방 시기 중국ㆍ베트남과 달리 이미 상당히 고령화됐다는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인구 연령의 평균이 20이었기에 생산활동가능인구가 많고 이에 의존할 고령자는 적었다. 반면 북한은 인구 연령 평균이 34로 현재 베트남보다도 ‘나이든 사회’다. 중국의 문제가 부유해지면서 고령화하는 것이라면 북한은 가난한 상태로 고령화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이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더욱 더 경제개방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만큼 경제발전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현재 상태에 안주하면 스스로를 무덤에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바깥 세계로 나아가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주변국인 중국ㆍ남한ㆍ일본이 북한 지역 투자에 적극적이리라는 점과, 북한 수뇌부가 60년간 적대하던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의 폭이 더욱 극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 낙관적인 요소도 언급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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