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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갑질 더 못참아” 반격 나선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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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갑질 더 못참아” 반격 나선 상인들

입력
2018.07.16 04:40
수정
2018.07.17 10:12
13면
0 0

일부 운영진 광고,악평 내걸고

공짜 음식, 과도한 서비스 요구

카페에 직접 피해 사실 올리거나

왜곡 정보 바로잡기 등 적극 대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도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최근 “서비스가 안 좋다”는 트집을 잡고는 무료 음식 제공을 요구한 손님 3명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분명 주말 등산객이 많아 음식이 늦게 나올 수 있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했는데도 ‘맘카페(육아 및 생활정보 공유 커뮤니티)‘를 들먹이면서 “글을 올리면 장사 어려워질 것”이라는 등 협박 아닌 협박을 해 온 것. 한편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들 행태가 괘씸하기도 했고 공짜 음식을 달라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해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는 음식 안 판다”고 강하게 나섰다. 김씨는 “맘카페 쪽의 어이없는 요구에 분통을 터뜨린 상인이 주변에 한두 곳이 아니다“라며 “만약 거짓 정보 글을 올리거나 앙갚음을 해오면 어떤 방식으로든 꼭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수만에서 수십만명 회원을 등에 업고 갑(甲)질을 해 오던 일부 맘카페에 지역 상인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광고성의 좋은 글을 올려주겠다고 유혹을 하거나 반대로 협박을 해 가면서 공짜 음식이나 과도한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을(乙)의 반란’이다.

지난달 말 충남 서산시에선 맘카페(서산 엄마들의 모임) 운영진 일행이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는 수개월째 돈을 지불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상인과 회원들의 분노를 샀다. 식당 주인 딸인 김보라(33)씨는 “4월 중순쯤 맘카페 관계자 등 3명이 ‘광고제휴 사전조사’를 한다며 6만원이 넘는 음식값을 내지 않고 나갔는데, 두세 달이 넘도록 연락조차 안 되더라”고 했다. 김씨가 이 사실을 카페에 올린 뒤 곧장 음식값이 지불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회원들은 이 같은 주먹구구식 운영방침 개선과 광고 수익의 투명성 확보 등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왜곡된 정보 바로잡기’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달 초 경기 광주시 맘카페엔 ‘태권도 원장이 학원차량 운전을 난폭하게 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취지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로 학원은 폐업 위기까지 몰렸고, 원장은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엔 최초 비판 글을 작성한 사람 쪽 과실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진 모습과, 원장에게 ‘학원 운영을 어렵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결국 글을 올린 사람이 자필 사과문을 써 카페에 올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맘카페의 힘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서초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음해하는 글이 분명한데 이를 반박할 증거가 없거나 애매한 경우도 많다”며 “특히나 음식 맛이나 서비스 품질 같은 경우에는 주관적이라 맘 먹고 ‘여기는 나빠’라고 하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털어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맘카페 구성원의 갑질은 약자인 아이를 보호하자며 주부들이 만든 커뮤니티 규모가 커지면서 생긴 그릇된 세력화의 단면”이라며 “을이 뭉쳐 또 다른 을을 공격하는 행위는 자칫 집단이 애초 가진 순수한 목적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카페 구성원들의 내부 자정 움직임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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