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정부의 석유값 인상 방침에 반발한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에 눌린 잭 기 라퐁탕 아이티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사임했다.
라퐁탕 총리는 이날 불신임 투표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하원의회 앞에서 “조브넬 모아즈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으며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라고 밝혔다. 모아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날 밤 긴급 대국민 방송 담화를 예고하며 “라퐁탕 총리와 내각의 노고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라퐁탕 총리와 정부는 지난주 휘발유 38%, 경유 47%, 등유 51%등 급격한 연료비 인상 계획을 도입했다가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해 곳곳에서 벌어진 폭력시위에 부딪혔다. 도심이 마비되고 화재가 잇따랐으며 최소 4명이 숨졌다. 전국민의 60% 이상이 하루 2달러 이하의 수입을 버는 등 극히 가난한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연료 가격 인상이 화근이 됐다.
아이티 정부의 석유값 인상 계획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2월 시장 구조개혁 협약에 따른 것이었다. 이 협약에는 석유값을 안정시키는 보조금 지급을 없애기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IMF는 12일 “연료 보조금 철폐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과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상 및 완화 조치의 동반”을 권고했다.
새로운 예산 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철폐 정책을 포기함으로써 3억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심사 중인 2018년 국가예산의 11% 정도롤 차지하는 규모다. 조브넬 모아즈 대통령 입장에서는 분노한 시민과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정치권, IMF 경제학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고난이 예고된 셈이다. 아이티의 뿌리 깊은 불평등 때문에 시위대는 라퐁탕 총리뿐 아니라 모아즈 대통령의 사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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