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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공구역 들락대지 마”… 정부, 러시아에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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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공구역 들락대지 마”… 정부, 러시아에 항의

입력
2018.07.1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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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ㆍ외교부, 러 무관ㆍ외교관 초치 

 “군용기 진입, 동북아 안정 도움 안 돼 

 재발 방지 위한 대책 강구 강력 요청” 

 러 정부 “영공 침범 안 한 정례 비행” 

러시아 전략 폭격기 투폴례프(Tu)-95. 위키피디아 자료사진
러시아 전략 폭격기 투폴례프(Tu)-95. 위키피디아 자료사진

정부가 14일 한국 주재 러시아 무관과 외교관을 불러 전날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4차례나 무단으로 들락댄 데 대해 항의했다.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여기에 진입할 때는 당사국에 미리 통보하는 게 국제 관례다.

국방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방부는 어제(13일) 발생한 러시아 군용기의 수 차례 KADIZ 진입과 관련해 박철균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이 러시아 무관(팔릴레예프 대령)을 초치,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박 차장은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상호 공중 충돌 가능성이 있는 바 러시아 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팔릴레예프 대령에게 말했다.

같은 날 외교부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출입기자단한테 “정기홍 유럽국장이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대사관 차석을 초치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방부와 러시아 군용기 KADIZ 진입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니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자국 언론의 관련 질의에 “(러시아) 공군 소속 전략 미사일 폭격기 투폴례프(Tu)-95MS 2대가 일본해(동해)ㆍ서해ㆍ서태평양 등의 공해 상공에서 정례 비행을 했다”며 해당 지역 비행 동안 Tu-95MS 조종사들이 밀착 거리 공중 급유 훈련을 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장거리 폭격기는 정기적으로 북극해와 대서양, 흑해, 태평양의 공해 상공에서 (훈련)비행한다”며 “군용기의 모든 비행은 다른 나라 영공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국제 상공 이용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전날 러시아 군용기 2대가 4차례에 걸쳐 KADIZ를 들락날락하며 울릉도뿐 아니라 제주도ㆍ이어도 부근까지 동ㆍ서ㆍ남해를 훑었고 F-15K, KF-16 등 우리 전투기 10여대가 대응 출격했다. 장거리 비행 숙달 훈련 목적 외에 일본, 중국, 한국 등 주변국 대응 태세를 시험해보려는 의도도 러시아의 이번 KADIZ 침범에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추정이다.

1960년대에 제작된 Tu-142 폭격기의 성능을 개량한 Tu-95MS는 항속 거리가 1만300㎞인 프로펠러기로 최대 속력은 시속 850㎞다. Kh-15 공중 발사 탄도미사일, Kh-55 아음속 순항미사일, Kh-65 대함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고, 미사일 중 일부는 핵탄두나 고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외국 항공기의 영공 무단 침입을 막기 위해 영공 밖에 설정한 일종의 예방 구역이다.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따로 설정하지 않는 러시아와 중국 등은 타국의 방공식별구역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가 올 들어 10여 차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들어와 울릉도 인근에 머물다 돌아갔고, 중국 군용기도 올해 3차례 KADIZ에 무단 진입해 제주도ㆍ이어도 근처부터 울릉도 부근까지 비행한 바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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