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에 이노공
‘미투’ 서지현 검사는 승진 발령
인권수사자문관 실력파 5명 배치
무리한 특별수사 제동 의지 표명
법무부가 13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고검 검사급ㆍ차장검사 이하) 인사에서 여성검사들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핵심 보직에 ‘1호’로 이름을 대거 올리는 등 ‘여풍’(女風)이 두드러졌다. ‘적폐청산’ 수사를 이끈 주요 간부들도 유임되거나 핵심 보직으로 이동해 문재인 정부 기조가 반영됐다.
눈에 띄는 여성 검사의 핵심 보직 발탁은 이노공(49ㆍ사법연수원 26기) 부천지청 차장검사의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보임이다. 1982년 여성 검사 1호 탄생 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차장이 된 건 처음이다. 김윤선(42ㆍ33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가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에 임명된 점도 검찰 내 화제다. 법무ㆍ검찰 내 요직으로, 검찰 인사 실무를 맡는 이 자리에 여성 검사가 오른 것도 처음이다.
서인선(44ㆍ31기) 법무부 인권조사과장도 여성 검사 최초로 법무부 공안기획과장에 발탁됐다. 서 과장은 여성 첫 공안검사 출신(200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근무)으로 공안 업무에 밝다는 평이 있다. 김남순(45ㆍ30기)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의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이번에 통합) 산하 수사지원과장 보임도 대검 안에서 주목 받는 인사다. 반부패부 산하 과장 자리에 여성 검사 보임도 최초이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 출신의 핵심 보직 독점 현상도 옅어졌다.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은 그동안 서울대 법대 출신이 독점해왔으나 고려대 출신인 김윤선 검사가 맡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성균관대 출신인 이창수 검사 이후 두 번째 비(非) 서울대 보임으로, 그 동안 사실상 서울대 법대 자리였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관동대 출신인 김남순 지청장의 대검 보직 발탁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별수사의 통제 강화를 위해 실력 있는 검사를 대거 배치한 점도 이번 인사의 포인트다. 문 대통령 지시로 신설된 대검 인권부에 인권수사자문관으로 보임된 박종근(50ㆍ28기)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등 5명의 면면을 보면, 무리한 특별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특별수사로 인정 받은 검사나 수사지휘 전담 부서장 등을 임명한 것은 영장 청구서나 수사기록 등을 보고서 특별수사의 적법ㆍ적정성을 위해 필요한 제동을 걸라는 의미”라며 “특별수사의 신중함을 강조해온 문무일 검찰총장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인사”라고 말했다.
‘적폐청산’ 수사를 이끈 검사들은 핵심 포스트를 유지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호흡을 맞춰 온 박찬호(52ㆍ26기) 2차장과 한동훈(45ㆍ27기) 3차장은 유임됐다. 특수2~4부 부장들도 수사 마무리와 공소유지를 위해 유임됐다. 신봉수(48ㆍ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특별수사1부장으로 보임됐으며, 신자용(46ㆍ28기) 특수1부장은 핵심 요직인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발탁됐다. 한 검사는 “한양대 출신이 검찰과장에 보임된 것도 처음이며, 특수부장에서 검찰과장으로 바로 가는 인사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검찰에 쓴소리를 해온 임은정(44ㆍ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은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으로,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45ㆍ33기) 통영지청 검사도 성남지청 부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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