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후속조치 이례적 직설적 요구
“우여곡절 있어도 약속 이행 믿어” 압박
5박6일 인도ㆍ싱가포르 순방 마치고 귀국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만약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강연)’에서 “저는 양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실무협상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정상들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눈에 띄는 진전은 없지만, 대화가 정상궤도에 오른 만큼 결과를 낙관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강연 후 일문일답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부분은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곳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아주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이 결코 순탄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과거와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 간 70년 적대관계가 계속되다 양 정상이 처음으로 만났고, 북한 정권 출범 후 북한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도 처음”이라며 “양 정상이 국제사회 앞에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실무적 협상을 해나가는 ‘톱다운(Top-down)’ 방식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정상 차원의 합의 없이 실무진들이 협상을 하다 실패했던 지난 20여년 북핵 협상과는 대화 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합의를 낙관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실무협상 과정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북미) 정상 간 합의가 반드시 실행될 수 있도록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과 국제사회가 함께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2일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미 간 협상은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 돌입했다”며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자신들은 성의를 다해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는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고, 이는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날 발언도 한반도 평화 ‘촉진자’로서 북미 실무협상 속도를 높이고 성과를 내기 위한 지원 차원으로 해석된다.
5박 6일간 인도ㆍ싱가포르 순방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밤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싱가포르=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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