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미국 협력사인 바이오젠에 부여한 주식 콜옵션 등의 내용을 고의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가치를 부풀렸다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대신 금융감독원에 자회사 회계 변경 건에 대한 재감리를 명령했다.
앞서 금감원은 5월 삼성바이오를 상대로 1년 넘게 특별감리를 벌인 끝에 회사가 고의 분식회계와 공시 누락을 저질렀다며 대표이사 해임권고,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안을 제출한 바 있다. 증선위는 이 중 공시 누락 부분만 인정하고 핵심 쟁점인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결정을 미룬 것이다.
증선위의 입장은 금감원이 제시한 증거만으론 행정처분을 내리기에 부족한 만큼 삼성바이오 설립 이후인 2012~14년 회계장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13일 “증선위가 두 달에 걸쳐 심사숙고해 결정한 내용을 존중한다”라는 조심스런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삼성이 2015년 회계 처리를 갑자기 바꾼 것을 문제 삼아야지 그 이전 회계 처리를 검토하는 것은 쟁점에서 벗어난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 입장에선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이 시장에 미칠 충격파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법기관으로 치자면 금감원은 검찰, 증선위는 법원에 해당한다. 검찰이 1년여 조사 끝에 기소했다면, 법원은 해당 증거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는 게 맞다. 2015년 회계 처리의 적절성을 판단하는데 1년여 시간이 걸렸는데, 강제조사권이 없는 금감원에 3년치를 더 들여다보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추가 감리의 실익을 기대하기 힘든데 재감리를 요청한 것은 사실상 자신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참여연대 등이 금감원에 특별감리를 요청한 지 벌써 1년5개월이 지났다. 재감리가 끝나고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시장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증선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뒤 최대한 신속히 재감리를 실시, 투자자와 시장을 안정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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