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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매파’ 해리스, 콧수염 기르고 주한미국대사 변신

입력
2018.07.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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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트위터에 콧수염을 기른 정장 차림 중년 남자의 사진이 올라왔다. 한국과 직원들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는 해리 해리스(62) 신임 주한 미국대사였다. 7일 입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웬 콧수염이냐’는 질문에 그는 “군인이 외교관이 됐다. 신선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얼마 전과는 정말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답했다.

4성 해군 제독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군인 시절 대북 매파(강경파)로 분류됐다. 태평양사령부(6월부터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 사령관이던 올 2월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때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 중인 북한 대표단이 ‘매력 공세’를 펴고 있다며 “한미가 북한에 매료돼서는 안 된다. 정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실에 근거해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며 중국의 패권 욕망을 견제했던 인물이 해리스 대사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섬의 12해리(약 22.2㎞) 이내 해역을 미군 군함이 항해하게 하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도 그가 주도한 작전이다. ‘힘 쓰기’를 꺼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외교적 해법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황과 임무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달 14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발언이 어느 정도 증명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기 위한 훈련 일시 중단은 가능하다”고,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없으면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도 필요 없다”고 했다.

일본계인 그가 부임하기까지 근 1년 반 주한 미대사 자리는 초유의 공백이었다. 이 기간 한국계인 빅터 차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대사로 지명됐다 올해 초 석연찮은 이유로 낙마하는 곡절도 있었다.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내 경력 처음으로 평화가 가능한 곳에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봄은 아직이다. 그의 어깨가 무거울 법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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