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명 회원 둔 소상공인연합회
“더 이상 인상 불가… 준수 않겠다”
편의점주들 “전국 동시 휴업 추진”
20대, 고령자 등 근로자들은 거센 반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 근로계층과 이들을 주로 고용하는 소상공인 간의 ‘을 사이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전국 350만 소상공인을 회원으로 둔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따르지 않겠다며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이행 거부)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기 때문에 향후 결정되는 최저임금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 분과위원회 위원장은 “법이 정하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소상공인 사업장 사용주와 근로자 간의 자율합의를 통해 임금을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재논의와 내년 최저임금 동결 등을 촉구하며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전국 7만여 개 편의점의 동시 휴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성인제 전편협 공동대표는 “2018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편의점들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영세소상공인들을 범법자 또는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를 재논의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20대나 고령층 근로자들은 소상공인이나 편의점주들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성북구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대학생 김 모씨는 “자영업자들이 비싼 임대료는 아무 말 없이 내면서 최저 임금은 안 지키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현재 소상공인들이 현재 어려운 이유가 1만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 때문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천정부지로 치솟는 점포 임대료 등 소상공인ㆍ영세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여러 요인들의 해결은 뒤로 미룬 채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취약 근로계층에 대한 소득증가의 부담을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지우려는 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인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최저임금위원회 분위기가 정부 지침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위원회의 행태는 약자와 약자 즉, 취약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을 닭장 속에 가둬 놓고 싸우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주장해 온 노동계마저 이 문제가 약자인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의 ‘을 사이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진화하려 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위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은 최저임금위에 소상공인ㆍ영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다. 근로자위원들은 건의서에서 “소상공인ㆍ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의 근본은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지난 10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와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과 상가 임대료ㆍ카드 수수료 제한 등 소상공인 지원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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