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건강 양호, 감염 징후 없어”
구출 대작전에 잠수부 등 100명 투입
소년들 겁 먹을라 가벼운 마취제 투여
구조 후 펌프 고장 아찔한 순간도
태국 치앙라이주(州) 탐루엉 동굴에 갇혀 있다 8일부터 10일까지 3일에 걸쳐 모두 구출된 유소년 축구팀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의 구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입구에서 5㎞ 떨어진 동굴 속에 있던 이들은 30분 동안 빛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을 잠수부 1명 혹은 2명에 의지해 잠수한 채로 가로질렀다.
11일 구출작전에 참여한 잠수부들이 세계 언론에 밝힌 작전의 전모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공군에서 근무 중인 구조전문가 데릭 앤더슨(32)이 AP통신에 내놓은 말대로 “평생에 한 번 있을 법한” 전례 없는 구출작전이었다. 앤더슨은 “이 구조 작업은 정말 복잡했고 수많은 퍼즐 조각이 맞추어져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극도로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구조 작전에는 잠수부 10여명을 비롯해 구조작업 인부 등 100명 가까운 인원이 투입돼 손을 보탰다. 몇몇 통로는 성인 1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협소했고 지형도 거칠었다. 이런 상황에서 잠수부들은 잠수 능력이 없는 소년이 실린 일종의 들것을 끌고 미리 설치된 로프를 따라 움직여야 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구조 전문가들조차 신체조건이 비슷한 지역 소년들과 함께 구출 작전 상황을 연습했다.
태국 네이비실 소속으로 마지막 구출 작전까지 자원한 짜야난타 페라나롱 대장은 AFP통신에 “소년 일부는 잠들어 있기도 했고 몇몇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지만 모두 안정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소년들이 동굴 상황에 겁을 먹고 갑자기 움직일 것을 우려해 구조 전 가벼운 마취제를 놓았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작전은 대체로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아찔한 순간은 구조가 모두 끝난 뒤 마지막에 있었다. 동굴 안에 설치한 배수펌프가 구조가 완료된 지 불과 수 시간이 지난 뒤 임무를 다했다는 듯 망가진 것이다. 펌프가 망가지며 동굴 안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자 뒷정리를 하던 잠수대원들이 놀라 다급히 동굴을 벗어나기도 했다.
당초 구조는 배수 펌프가 물을 더 많이 뽑아낸 상태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동굴 속 산소는 점점 희박해져 공기중의 15% 정도에 불과했다. 만약 12%로 떨어지면 생존자들 일부는 정신을 잃을 수도 있었다. 결국 구조대는 우기가 가까운 가운데 비가 더 내리면 오히려 구조작전이 더 어려워진다는 판단을 내리고 서둘러 작전을 결행해 13명 모두를 구해냈다.
구조대가 강조한 구조 작전 성공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18일간의 시련에도 지치지 않고 구조될 것이라는 생존자들의 믿음이었다. 앤더슨은 “코치와 소년들은 한 자리에 모여 강인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뜻과 의지를 모았고, 내 생각에는 그게 제일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태국 보건당국은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소년들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밝혔다. 태국 보건청 통차이 럿윌라이랏타나퐁 검역조사관은 11일 “검진 결과 몸 상태는 대체로 좋은 편이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며 “다만 체중이 평균 2㎏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당국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도 소년들은 미소를 지으며 V자 표시를 하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의료진은 소년들이 1주일가량 더 입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년의 부모들도 이들과 격리된 채 유리창 너머에서 소년의 모습을 지켜 봤다. 이는 소년들이 ‘동굴병’이라 불리는 폐질환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린 조치다. 동굴 내부는 매우 습하고 어둡기에 공기 속에는 병원성 진균이 가득하고, 박쥐 등을 매개로 박테리아와 기생충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태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검진한 소년들에게 감염의 흔적은 없었고, 소년들도 동굴 안에서 동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이들과 함께 구조작업에 참여한 대원들의 건강 상태도 지속해서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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