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중 5개월간 ‘취업 F학점’
“기상악화 탓” “구조조정 탓” 등
정부는 부진 원인 외부로만 돌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 6개월은 봐야 판단할 수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연초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쇼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11일 통계청이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히면서, 결국 김 부총리가 지켜보자던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용 성적표는 ‘6개월 중 5개월(2~6월)간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내외로 추락했다’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이날 고용지표에 대해 “제조업 부진 심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확대가 취업자 증가를 제약했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영향은 언급조차 없었다. 통계청은 “취업자 증감을 분석할 땐 인구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별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지난해 월평균 32만5,000명이던 15세 인구 증가폭이 올해 25만6,000명까지 줄었고, 일할 사람이 줄어드니 취업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지금 고용상황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그간 정부는 ‘기상악화(2월)→기저효과ㆍ구조조정(3~4월)→생산가능인구 감소(5월)’ 등 고용부진 원인을 외부로 돌려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부진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인 인구요인을 부풀려 최저임금 영향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감소 효과를 100% 고려한 지난달 ‘적정’ 취업자 증가폭은 14만5,700명(지난달 15세 이상 인구증가분 23만7,000명×지난해 6월 15세 이상 고용률 61.5%)이지만, 실제로는 10만6,000명에 그쳤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6ㆍ13 지방선거 영향으로 선거운동, 여론조사, 출판ㆍ홍보물 인쇄 등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협회 및 단체(+4만5,000명), 전문ㆍ과학 및 기술서비스업(+2만1,000명), 정보통신업(+4만3,000명) 등이다. 통계청 측은 “(이들 업종의 취업자 증가분이) 모두 지방선거 영향이라고 볼 순 없지만 분명 영향은 미쳤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시적 영향을 제외하면 인구감소로 설명할 수 없는 일자리 갭(격차)은 3만9,700명(14만5,700-10만6,000명)보다 훨씬 늘어난다. 정부는 이 격차를 제조업 부진 등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단순 아르바이트 구직자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15~19세와 20~24세의 취업자 감소폭이 인구 감소폭보다 더 크고, 이들의 고용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중장기적 인구구조 변화로 (단기적인) 고용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영세 자영업이나 서비스업에 고용된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정부만 자꾸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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