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독립수사단 수사 지시로 문건 작성에 관련된 전ㆍ현직 군 수뇌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총리 등으로 수사 대상이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건 작성뿐 아니라 지난 3월 문건 존재를 인지한 이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파장 축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덮으려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면키 어렵다.
문건 작성과 관련해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당시 기무사 지휘를 맡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다. 한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당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의 위수령 질의 요청에 따른 검토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의원이 질의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위수령 폐지 의향 여부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유한국당에서 이번 문건을 비상사태 대비용으로 축소시키는 것도 터무니없다. 문건에는 수도권의 동원 가능한 부대가 명시됐고, 탄핵 결정 선고일까지 ‘시행 준비의 미비점 보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등 실제 이행을 고려한 정황이 엿보인다. 문건 작성의 직ㆍ간접 관련자들이 수사를 앞두고 책임을 떠넘기거나 물타기 하는 태도는 정당하지 않다.
송 장관이 문건 존재를 보고받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문건 성격상 법리다툼의 소지가 많아 기무사 개혁을 위한 근거로 삼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인데, 송 장관의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폭력사태 한 건 없던 평화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될 것으로 짐작하고 무력진압을 꾀했다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촛불시위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계엄선포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문건이 공개된 것도 심상치 않다. 보수정부 9년 동안 유사시 병력을 동원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서 해 온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군의 인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군의 정치적 중립과 국민을 위한 군으로서의 소명을 일깨우는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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