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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별 연장근로 인가 확대’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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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별 연장근로 인가 확대’ 만지작

입력
2018.07.12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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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ㆍ재해 관련 업종 제한 불구

김동연 “ICT 업종도 가능하게”

국토부 “건설업계 태풍때 활용”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인가 가능

일각 “근로기준법 개정할 사안”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 최대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겠다며 ‘특별 연장근로 인가’(인가연장근로)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가연장근로란 자연재해처럼 부득이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손질해 인가연장근로의 구체적인 적용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꼼수’로 연장근로의 문을 넓히려는 시도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가연장근로는 재해ㆍ재난 또는 사고 수습과 관련된 제도라 적용대상 업종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쟁점은 ‘재난이나 사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다. 지금까지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이나 통신망장애 긴급 복구, 화재 수습 등 주로 공익적인 면이 있는 업무에 한해 인가연장근로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는 “업종 특성에 따라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같은 요구를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사업체 운영과정에서의 불가피한 경우, 특히 정보통신(ICT) 업종의 서버다운, 해킹 등에 대해서도 인가연장근로가 가능케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인가연장근로가 가능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현행 인가연장근로 관련 시행규칙이 지나치게 모호한 탓에 활용률이 극히 저조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적용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김 부총리가 언급한 ICT 업종을 포함해 경영계의 요구대로 허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최근 장마로 인한 휴무 등으로 연장ㆍ초과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건설업계의 요구에 “태풍ㆍ폭우 등 자연재난 발생 시 인가연장근로를 활용해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태풍이나 폭우에 따른 피해 복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장마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을 막기 위해 초과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인가연장근로의 애초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김동연 부총리가 언급한 ICT 업종 근로자의 반발도 크다. 오세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은 “ICT업계에서 서버다운이나 긴급 장애 발생에 대한 대응은 일상적인 일로 특별 연장근로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긴급장애에 대응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은 정부가 주 52시간제의 효과라고 그렇게 주장했던 인력 충원”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도 “정부의 태도는 현장에 '법의 허점만 잘 활용하면 인력채용 없이도 처벌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준다”고 꼬집었다.

근로시간 연장의 인가 또는 승인 요건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시행규칙에 근거하고 있어 고용부 지침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법 개정 사항을 시행규칙 수정으로 손쉽게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근로시간 연장의 인가 또는 승인 요건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추 의원은 “승인 요건을 법률에서의 위임 없이 시행규칙에 명시하고 이를 통해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한다’는 헌법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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