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증가, 노동생산성 향상, 고용창출
중소기업 비용부담 등 부정적 영향도
글로벌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비효율적인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11일 씨티그룹이 발표한 ‘한국경제전망(South Korea Economics View)’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2,024시간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멕시코(2,257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1,759시간)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국내총생산(GDP) 34.3달러에 불과해 OECD 평균(48.7달러)보다 크게 밑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생산성은 바닥이라는 의미다.
보고서는 1일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으로 향후 근로자의 여가시간이 확대되면서 여행, 자기계발 등 대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노동생산성이 개선되고, 대체 인력 고용 등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경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저부가가치 업종 종사자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향후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올 3~5월 3개월 평균 실업률이 3.9%를 기록해 2010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이번 조치로 고용부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근로시간에 따른 소득의 영향이 큰 저부가가치 산업 종사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면서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사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단축 조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포함한 보고서를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한국도 선진국처럼 근로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키워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중소기업의 비용부담과 근로자들의 소득 감소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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