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경제성장의 마중물
다양한 저비용 복지정책 구상중
수도권 규제 필요하지만
불합리한 점은 고쳐 나갈 것
현지 사정 잘 아는 시장ㆍ군수
백가쟁명식 정책 개발 기대
“지금까지가 정책의 관치시대였다면 이제 정책의 자유경쟁시대가 됐다. 좋은 정책은 자리잡고 나쁜 정책은 도태될 것이다.”
이재명(53) 경기도지사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정책을 불신해 제동을 거는 행태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의 백가쟁명식 정책 개발을 기대한다. 시군에서 필요한 정책은 시장군수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1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이 지사를 만났다.
-도지사가 되면서 도의 성남시 대법원 제소를 취하했다. 복지부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다양한 복지시책이 등장할 거 같다.
“과거 투자액이 모자랄 때는 투자에 쓰는 게 유용했고 복지에 쓰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할 데가 없어 돈이 쌓여 돌지 않고 있다. 구매력 강화로 정책 방향을 옮겨야 한다. 지역화폐 같은 건 돈이 돌게 만든다. 복지지출 확대는 더 이상 낭비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마중물이다. 우리는 초등생 치과주치의, 청년최초 국민연금 등 적은 비용으로 청년들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주는 정책들을 구상 중이다.”
-52시간 근로제와 버스노선 입찰제 등으로 버스 노선과 운행 편수가 줄어드는 거 아닌지 걱정이 많다.
“도의 책임(재정부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초과 이익 노선에서 생긴 수익을 비수익 노선에 투자하는 방식 등이다. 경기도 지원을 받는 버스회사도 공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제대로 된 준공영제가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역대 도지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 개선을 주창했다.
“국토균형발전과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해 수도권 규제는 불가피하다. 규제개선이 당장은 이익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장애가 될 것이다. 다만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할 것이다. 업종을 허용하고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에서 업종을 제한하고 규모를 풀어주는 방식 등이다. 규제는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피해지역에는 보상하는 식으로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가겠다.”
-업무 파악을 인사의 첫째 덕목으로 꼽았다. 인사 스타일은?
“성남에서도 처음 걱정 했는데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 공무원들에 인센티브를 주자 나중에 잘 따라왔다. 도에 와 보니 담당자가 자기 업무의 기초통계를 모르고 있어 놀랐다. 상급자가 문제다. 물어보지 않으니 모르는 것이다. 도민중심, 억강부약(강자는 누르고 약자는 돕는다)이라는 도정방침을 잘 따르게 하겠다. 신상필벌, 예측가능 인사를 하겠다.”
-성남에 있을 때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취임직후 특사경에 민생경제분야를 추가했다. 빚을 안고 출발하는 청년이나 경제적 약자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 중인가?
“성남에 있을 때 불법사금융 업자를 잠복하고 신고하고 해서 다 잡았다. 고리사채의 피해자는 대부분 대학생 청년들이다. 다단계, 먹거리 등도 다 마찬가지다. 약자를 노린 불법행위가 없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특사경도 확대했다. 빚 탕감 프로젝트도 장기적으로 이익이다. 고통만 주는 악성부채를 해결해 재기할 기회를 주면 관리비도 줄고 생산력도 높아질 것이다.”
-도 차원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출산율은 출산 육아 교육 고용 노후 등 총체적인 문제다. 생애주기 별로 도움을 줘야 한다. 고통을 물려주기 싫어 애를 안 낳는 거 아닌 가. 중소기업을 활성화해 고용을 늘리고 자영업자 지원, 사교욕비 경감, 출산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칠 것이다. 특별조정교부금을 동원해 탁아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모든 영역에서 좋아져야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도정을 집중할 것이다.”
-도지사는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무슨 의미인가?
“현재로서는 도정에만 집중할 것이다. 주말에도 일하고 있다. 다른 생각할 시간이 없다.”
-도지사가 되고 난 뒤 기초단체장 시절 느꼈던 소회가 있었을 거 같다.
“특별교부금 배분을 제안했더니 공무원들이 기초단체는 용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딴짓을 한다고 걱정하더라. 성남시장 시절 생각이 나 씁쓸했다. 나는 좀더 존중하고 인정할 것이다. 시장 군수가 현지 사정을 제일 잘 안다. 선출직이어서 다들 노력한다. 31개 시군을 다 초청해 SNS단체방도 만들었다. 의견을 자꾸 요청할 것이다.”
-인간 이재명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 반대자들을 설득할 복안이 있는가?
“빛이 있으면 그만큼 그늘이 있다. 안티가 있는 건 정치인의 숙명이다. 포용하고 수용할 것이다. 합리적 경쟁만 전제 된다면 반대는 사회에 도움이 된다.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진리다. 그들로부터 많이 배울 것이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