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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캐시리스’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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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캐시리스’의 명암

입력
2018.07.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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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난한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돈을 쓸 권리조차 박탈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 도래한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캐시리스ㆍCashless)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신용카드와 모바일 앱 결제가 활성화하면서, 현금 이외에 다른 지불 수단을 갖추기 어려운 빈곤층의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최근 들어 미국에서도 ‘현금 사절’을 선언한 가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현금이 유통되지 않는 캐시리스 현상의 명암을 짚었다. ‘캐시리스’ 찬성론자들은 가게 운영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소상공인들도 신용카드 회사에게 거래 수수료를 떼주는 게 내키지 않지만, 현금 관리에 따르는 부담이 더욱 크다는 걸 인정한다. 레스토랑 체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보 블레어는 “현금 거래를 하면 직원들이 가게 마감 후에도 정산하는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분실 도난 우려를 늘 안고 있다”며 “현금 관리에 드는 추가적 비용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도시에 위치한 샐러드체인점인 스윗트그린 역시 지난해 3월부터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신속한 매장 운영 덕분에 판매량도 늘었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탈 현금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계급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빈곤층에게 신용카드 발급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스마트폰 역시 사치품인 탓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부족한 자금과 낮은 신용도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는 가구 비율이 7%에 달하며, 이 같은 현상은 흑인과 라틴계 등 이민자 출신이 많거나 가계 소득이 적은 그룹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버거운 노년층에게도 불편함이 가중 될 수 밖에 없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사람들의 소비, 금융 거래 등이 기록되면서 정부와 기업이 개인의 금융활동 내역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어 개인 정보를 통제할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 캐시리스를 선도해온 스웨덴에서도 디지털 결제 수단의 정보 독점과 해킹 가능성 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워싱턴 시의회에는 소상공인들이 현금 거래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로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저소득층이 직불카드를 개설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에 나서는 게 더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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