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야구부 괌 전지 훈련비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가로챈 정황
짬짜미 입찰에 영수증 조작의혹도
무자격자도 끼어들어 난장판
유소년 야구지도자 겸 에이전트(대리인)가 고교 야구부 해외전지훈련비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훈련 진행과 결산 과정의 짬짜미 입찰 및 허위 증빙 정황까지 나와, 학교 체육부 전지훈련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미국 괌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정모씨에 따르면, 경북 소재 A고교 야구부는 1월 5일부터 약 한 달간 괌 전지훈련을 한 후 감독과 선수 포함 28명의 숙식비용과 버스ㆍ경기장 대여료 등 약 4만달러(4,000여만원)를 내지 않고 귀국했다. 훈련 대행을 맡은 에이전트 김모씨가 “학교 예산 집행이 늦어진다”고 전지훈련비 대부분을 정씨 측에서 먼저 지불하도록 요구한 뒤, 다섯 달이 지난 최근까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정씨 주장이다.
본보 취재 결과 김씨는 A고교로부터 전지훈련 대행 권한을 받지 못한 무자격 업자였다. 김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부산 소재 B여행사 이름을 빌려 전지훈련 입찰에 성공한 뒤, 학교가 B사에 입금한 전체 전지훈련비(약 5,100만원) 가운데 항공료(약 1,000만원)를 뺀 4,000여만원을 넘겨받았다. 이렇게 김씨가 쥔 4,000여만원은 A고교 괌 전지훈련 때 사용돼야 했지만, 김씨는 정씨에게 “학교 쪽 사정으로 전지훈련비 지급이 늦어진다”고 일부에 대한 선(先)결제를 요구, 정씨가 먼저 낸 훈련비를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못 받았다는 정씨, A고교에 괌에서 쓴 지출증빙자료(영수증)를 제출했다는 B사, 영수증은 없고 지출내역서만 받았다는 A고교 말이 모두 엇갈리면서 허위 증빙 의혹도 불거졌다. “김씨 요구로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영수증에 사인을 해 넘겨준 일이 있다”는 정씨 주장에 비춰 볼 때 A고교에 허위 영수증이 제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김씨와 A고교 야구부 감독이 잘 알고 지낸 사이로 안다”는 정씨와 B사 대표 얘기를 종합해 보면, 짬짜미 입찰 가능성도 있다. 학교와 감독은 이를 부인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뭉칫돈이 오가는 전지훈련 때 관행이란 미명 하에 곳곳서 금전 비리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사업상 문제가 생겨 지급을 미루고 있는 상태로, 변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진상파악 후 자체조사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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