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수주량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장기불황의 늪을 탈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23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ㆍ441척) 가운데 한국이 496만CGT(115척ㆍ40%)를 수주,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줄곧 수주량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해 온 중국을 3년 만에 제친 것이다.
한국의 최근 3년 상반기 수주실적 비중은 2016년 86만CGT(12%)→2017년 321만CGT(28%)→올해 496만CGT(40%)로 점차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은 2016년 300만CGT(40%), 2017년 393만CGT(35%)로 한국을 앞서며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39만CGT(36%)를 기록하며 한국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세계 1위인 중국(2,825만CGTㆍ38%) 뒤를 한국(1,748만CGTㆍ23%)과 일본(1,419만CGTㆍ19%)이 쫓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ㆍ일본의 수주잔량이 전달보다 각각 20만ㆍ60만CGT 줄어든 것과 달리, 한국의 수주잔량은 같은 기간 오히려 26만CGT 늘었다.
조선업황 역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38만CGT(63척)로 전달 139만CGT(54척)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3년 1~6월 누계 선박 발주량은 2016년 748만CGT→2017년 1,131만CGT→2018년 1,234만CGT로 꾸준히 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선박 발주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선박 가격(선가)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조선업황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유조선(VLCC) 선가는 전달보다 150만 달러 상승한 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VLCC는 2017년 3월(8,000만 달러) 최저점을 기록한 뒤 계속 선가가 오르고 있다.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ㆍ1TEU는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 선가도 50만달러 상승한 1억1,150만달러를 나타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선가는 1억8,000만달러로 5개월째 가격변동이 없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커지는 것은 부담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수주량이 늘고 있어 조선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면 해운 물동량이 줄면서 선박 발주 역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보호무역 관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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