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부 장ㆍ차관도 줄사퇴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
총리ㆍ당대표 교체 선거 요구 검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선호하는 느슨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협상) 방안에 불만을 표시했던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메이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안을 내놓은 지 불과 이틀 만의 일로, 보수당의 분열상이 표면화하면서 갈등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 브렉시트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탈퇴 방식이다. 반면 ‘하드 브렉시트’란 EU로부터 국경통제권, 사법권의 완전 탈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총리는 오늘 정오에 존슨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존슨 장관은 EU로부터의 완전한 탈퇴를 의미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신봉해온 강경파로 전날부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거취를 고민해 왔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브렉시트를 담당하는 부서인 브렉시트부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이 사임했다. 두 장ㆍ차관이 사직서를 쓴 지 몇 시간 만에 존슨 장관까지 사표를 던지면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존슨 외무장관 등이 줄줄이 사퇴한 것은 이들이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지방관저에서 열린 회의에서 농산품 상품 교역을 위한 자유무역지대 설치, 금융 분야의 협정 추진, 영국-EU간 거주 이동 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을 담은 소프트 브렉시트 안을 내놨다. 그러자 존슨 장관 등 집권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 지지세력들은 영국의 주권이 여전히 EU에 의해 제약받을 수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메이 총리는 데이비스 장관과 베이커 차관이 사임하자 곧바로 유럽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도미닉 랍(44) 주택부 차관을 브렉시트부 장관에 임명하며 수습을 시도했다. 반(反) EU 색채가 뚜렷한 랍의 브렉시트부 장관 임명으로 보수당 우파세력의 반발을 무마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존슨 장관까지 사퇴하면서 메이 총리와 보수당과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는 보수당 내 의원들은 당 대표와 총리를 교체하는 선거를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수당 의원 15%(48명)들이 불신임을 건의하면 새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를 개시할 수 있다. 현재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영국은 탈퇴 절차를 개시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작년에 발동, 2019년 3월 29일자로 브렉시트를 공식 단행한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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