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키코(KIKO) 사건을 원점(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전수 조사는 아니어서 모든 피해 기업이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9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분쟁조정을 신청한 5개 기업의 피해구제를 위한 합동 전담반을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그러나 환율이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을 벗어나면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로 돼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 수출기업들은 키코에 가입했다 환율 폭등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당시 키코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은 700여곳, 이들 기업의 피해 규모는 총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중소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키코 상품에 대한 위험을 제대로 설명 듣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며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3년 대법원은 은행 손을 들어줬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키코 상품을 금융사기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때도 금융위에 키코 사태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정책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법원 판결도 끝난 사안이라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다만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피해기업의 재기 회생 지원방안을 찾겠다”고만 했다.
금감원의 재조사 대상은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분쟁조정을 신청한 5곳이다. 윤 원장은 “피해기업을 상대로 사실관계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필요하면 현장점검도 나가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금감원 재조사의 목적은 피해기업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피해 기업들과 면담을 진행 중이어서 이들 기업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순 없지만 당시 은행들의 설명이 미흡했는지 등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실제 그랬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중으론 일괄구제 제도도 시행한다. 다수 소비자가 동일한 유형의 피해를 본 경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일괄 상정해 구제하는 제도다.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 따른 불편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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