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가 내년 적용되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인상 속도 조절과 사업별 구분 적용을 촉구했다. 경제 6단체가 단일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2016년 6월 ‘맞춤형 보육지원 제도 이행 촉구’ 이후 2년여 만이다.
경제 6단체는 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 됐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전무는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뿐 아니라 원자재, 도매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쳐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이중 삼중으로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추가로 대폭 인상된다면 소상공인들은 존폐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6단체는 또 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이가 영세 소상공인이라는 현실을 반영해 ‘사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사업별 구분 적용 요청이 받아들여 진다면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 측 기존 태도를 수정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신 전무는 “일본,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근로여건에 맞는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최저임금법에 사업별 구분 적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사업별 최저 임금 적용 요청이 받아들여 진다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수정해 제시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 6단체는 내년 적용되는 최저임금 심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으나, 심의 기간이 짧고 노사 간 견해 차이가 커 경영계 공동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에 정해진 최저임금 고시 시점은 매년 8월 5일로, 이의제기 등에 필요한 기간 20일을 고려하면 이달 16일이 데드라인이다. 하지만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올해 8월5일이 일요일이어서 7월14일을 데드라인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중기중앙회 소속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은 업종별 회원사의 사례를 조사해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사업별 구분적용을 함께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업종 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면 우리 같은 물류운송유통업자들은 사업을 접든지 범법자가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1만790원 요구가 무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생계비가 평균값 기준으로 월 296만~344만원인 상황에서 월급 기준 최저임금 225만원(시급 기준 1만790원)을 요구하는 건 지나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운 여건은 시급히 해결할 문제이지만, 경제ㆍ산업 정책으로 풀어야지 최저임금을 낮춰서 풀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자는 경영계 주장에도 노동계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총은 이날 “경영계의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주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 제도 근본 취지에 위배된다”며 “특히 동일 업종이라 해도 잘 되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의 격차가 크다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며, 특정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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