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골프신동’ 케빈 나
PGA 밀리터리 트리뷰트 우승
올해 2위만 6차례… 감격 더해
인터뷰 중 한국말로 “응원 감사”
7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우승컵을 들어 올린 재미교포 케빈 나(35)는 우승 후 영어로 인터뷰를 하다가 울먹이며 한국말을 꺼냈다. “한국 팬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우승해서 기쁩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상욱'이라는 한국 이름을 더 친숙하게 느끼고 기다려준 국내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사무쳤기 때문이다.
케빈 나는 9일(한국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 설퍼 스프링스의 올드 화이트 TPC(파70ㆍ7,286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밀리터리 트리뷰트 앳 더 그린브라이어(총상금 73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1타로 켈리 크래프트(미국)를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1983년 한국에서 태어난 케빈 나는 8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했다. 9세 때부터 클럽을 잡아 ‘골프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12세 때 US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고, 1999년과 2000년에는 타이거 우즈가 1991년 우승을 차지했던 로스앤젤레스시티챔피언십을 연달아 제패했다. 2001년에는 PGA 투어 뷰익오픈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획득, 당시 49년 역사를 자랑하던 뷰익오픈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성인 무대는 순탄하지 않았다. 2004년 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7년 만인 2011년 10월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야 첫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또 7년을 기다려 이번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통산 2승째를 거뒀다. 그 사이 올해 제네시스 오픈 공동 2위 등 준우승만 6차례 차지했다. 케빈 나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조만간 다시 우승하기를 바라왔다. 우승 가까이에 정말 많이 갔어도 수 차례 실패했다”고 떠올렸다.
3라운드에서 선두와 1타 차 공동 3위로 올라선 케빈 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3개 홀 연속 버디 행진을 두 차례 벌이며 우승을 예감했다. 4번홀(파4)에서 1.5m 버디 퍼트로 첫 버디를 낚은 뒤 5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 6번홀(파4) 10m 버디 퍼트를 연달아 넣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8번홀(파3) 13m 버디 퍼트까지 성공하며 절정의 퍼트 감각을 자랑한 케빈 나는 9번홀(파4)과 10번홀(파4)에서도 각각 6m, 7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쐐기를 박았다.
박진만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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