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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승무원 “회장님 보고 싶어 밤잠 설쳤어요” 교육 시찰 때 멘트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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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승무원 “회장님 보고 싶어 밤잠 설쳤어요” 교육 시찰 때 멘트 연습

입력
2018.07.09 13:50
수정
2018.07.0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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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대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과도한 사내 찬양 문화 때문에 비판 받고 있다. 여성 승무원들이 박 회장 찬양가를 부르고, 팔짱을 끼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조직적으로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 승무원 A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박 회장 찬양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A씨는 “박 회장이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생을 방문하면 ‘회장님을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었죠.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 노래 ‘장미의 미소’는 1992년 드라마 ‘내일은 사랑’ 삽입곡으로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교육생들이 ‘장미의 미소’의 가사를 바꿔 춤과 함께 부르며 박 회장의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안 해 본 승무원이 1명도 없을 정도로 통상 하고 있는 관습”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생들은 매달 박 회장 방문 때 이런 이벤트를 조직적으로 준비하도록 강요 받는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교육생 입장에서는 교관에게 그런 주문을 받고, 교관은 그 위 분들에게 지시를 받고, 이렇게 내려오는 게 아닐까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 회장 방문 예행연습은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역할 분담. 3, 4명 정도를 선발해 박 회장이 교육장에 들어오기 전 복도에서 맞이한다. 오른쪽과 왼쪽 팔짱을 낄 사람, “회장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을 할 사람 등 역할을 정한다. 박 회장이 들어오면 “OO기 OOO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한 뒤 준비한 멘트를 한다. 멘트는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이다. A씨는 “회장님이 들어오면 교관들이 눈물을 흘리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저희가 멀뚱멀뚱 가만히 있겠느냐”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박 회장의 훈화가 끝나면 교육생들은 “벌써 가지 마세요”, “사진도 찍어주세요”라고 조르는 등 이들의 ‘눈물겨운 공연’은 계속된다. A씨는 “회장님이 저희랑 얼마나 오래 있느냐에 따라 간부들의 만족도가 커지고 ‘회장님이 너무 좋아하신다’는 등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제2차 문화제'에서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제2차 문화제'에서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런 행위를 거부할 수는 없었을까. A씨는 “인턴으로 입사해 1년 계약기간이 지나면 심사를 통해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는데 그런 와중에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며 ‘고용을 미끼로 한 갑질’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정규직 승무원이 되고 난 뒤에도 이런 문화는 계속된다. A씨는 “비행 중에도 회장님이 방문하는 순간, 모든 업무와 교육은 중지된다”며 “누구 하나 비행 준비를 하고 있는 승무원은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경영진에게 기내식 대란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기내식 대란으로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개선되길 바라는 점이 정말 많은데 일단 지금 (기내식) 대란부터 해결책을 내고, 저희가 당당하게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제자리로 돌려줬으면 좋겠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6일에 이어 8일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박 회장과 경영진을 규탄했다. 기내식 공급 중단 사태는 박 회장의 탐욕 때문에 업체를 잘못 선정해 일어난 일이고, 직원들을 소모품으로만 여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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