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對中 중간재 수출도 타격
미중 무역분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에 따라 해당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 물량이 23.4%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또한 대중 수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출량 급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6일 발효 또는 발효 예고한 25%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중국의 대미 수출품 중 1,333개 품목의 관세율이 인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6일 기계, 전자제품, 항공기 엔진 등 중국산 제품 340억달러(38조원)어치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고, 2주 내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구원이 2000~2016년 중국의 품목별 대미 수출단가 및 물량 자료를 토대로, 관세율 인상이 고스란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이들 1,333개 품목의 수출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관세율이 1%포인트 오르면 수출 물량이 0.98% 감소하고, 관세율이 25%로 오르면 수출 물량이 23.4%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위 품목별로 분류하면 기계류의 수출 물량이 20.8% 줄어들고, 전자기기와 정밀기기는 각각 21.7%, 19.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8.9%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감소는 고스란히 한국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 수입을 10% 줄일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9.9%, 금액으로 282억달러가량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구원은 미국이 관세 인상에 나선 배경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32%에서 지난해 47.2%까지 확대된 점을 꼽았다. 또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경제적 격차를 좁히고 있는 점도 미국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미국과 중국의 경제규모 차이는 올해 6조3,000억달러에서 2023년 2조9,000억달러로 축소될 전망이다.
연구원은 중국의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관련 법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점도 이번 무역분쟁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기술 경쟁력을 급속히 키우면서 하이테크 제조업 수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한 점 또한 미국에겐 위협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장은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첨단 기술과 글로벌 경제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양국의 전방위적 힘겨루기”라며 “때로 소강국면을 보일 수 있겠지만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팀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것에 대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은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 및 공동 대처, 틈새시장 진출 기회 활용 등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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