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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엄마 목소리

입력
2018.07.08 09:59
수정
2018.07.09 16: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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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쉽게 졸린다. 실제로 지하철 이용자의 90% 이상이 졸음을 경험하며 타기만 하면 졸린다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는 조사도 있다. 왜일까. 우선 지하철처럼 밀폐된 상태로 사람이 몰린 공간의 대기에는 이산화탄소 양이 많기 때문이다. 2,000ppm 이상이면 몸이 나른해지고 눈이 감긴다는데 보통 지하철 내 이산화탄소는 승객이 적을 때도 이 수치에 육박한다. 또 한 가지는 “달캉달캉” 하는 지하철의 진동과 관련이 있다. 이 진동은 1초에 두 번 정도인 2㎐인데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잠이 오기 쉽다는 것이다.

▦왜 2㎐ 진동에서 잠이 올까. 이 진동이 세상에 나오기 전이지만 청각은 발달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태아 시절 듣던 엄마의 심장 박동과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심지어 지하철의 가벼운 흔들림마저 양수 속에서 태아가 느끼는 흔들림과 유사하다. 지하철에서는 차량 소음에 주변 소음이 더해지는데 태아도 마찬가지다. 심장 박동 등 엄마의 신체 내 소리만이 아니라 주변 소음까지 뭉뚱그려 전해진다. 그 크기가 85㏈로 지하철 내 소음도 평균 80㏈ 정도로 비슷하다. 지하철에 앉은 자세마저 다리를 접은 태아 모습과 닮았다.

▦엄마의 소리는 편안함을 줄 뿐 아니라 자녀의 뇌가 성장하는데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다. 2년여 전 미국 스탠포드대학 약학부에서 7~12세 아이 24명을 대상으로 엄마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뇌의 반응을 조사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1초도 안 돼 엄마 목소리를 구별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목소리에 사회생활, 언어능력, 감정 발달 등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적극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이다. “이런 능력은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발달해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네이버가 최근 포럼에서 개발 중인 음성합성 기술을 소개하면서 딥러닝 등을 접목해 4시간 정도 녹음만 있으면 특정인의 음성을 재현할 수 있고 이런 엔진을 곧 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마의 목소리가 스트레스 수치를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엄마 목소리의 AI 스피커와 잡담을 주고 받으면 쌓였던 피로가 풀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일어나”라며 아침 단잠 깨우는 엄마 목소리는 피하고 싶지만.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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